한국일보

인구절벽 안보위기

2025-10-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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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최근 5년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무기를 많이 판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육군무기체계, 방공미사일체계, 해상무기체계의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넘어섰다.’

K방산과 관련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 뉴스들이다.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니다. 2025년, 그러니까 올해 안에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보도다.

이와 병행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병기창이 되고 있다’는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그 대한민국의 안보가 그런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게 미국의 군사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지적이다.

중-러-북 블록 조성과 함께 가속 흐름을 탄 북한군 현대화. 그 탓인가. 아니, 그보다는 더 근원적인 데에서 그 원인이 찾아지고 있다는 거다.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세계 기록 중의 하나는 최악 수준의 낮은 출산율이다. 바로 이 사실을 안보위기의 근본 요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5로 세계 최저수준을 마크하고 있다. 한 사회의 인구가 자연적으로 유지되는데 요구되는 대체출산율(2.1)의 절반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한국이 현재 인구유지도 못할 정도로 낮은 출산율을 보여 온 것은 40여 년 전인 1984년부터였으니까. 저출산에, 인구절벽. 이에 따른 징집대상 인구감소도 따라서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던 사태다.

그러나 징병대상인 20대 남성인구 급감으로 징병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당국의 최근 보고서 발표와 함께 인력부족은 정작 안보 문제의 핵심으로 새삼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따르면 한국군 병력은 지난 6년 동안 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사뿐 아니라 군의 핵심인 사관 수도 격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 만해도 69만을 헤아리던 한국군 병력은 45만으로 줄어들었다.

45만이란 수치가 그렇다. 정전 상황에서도 최소로 필요한 병력인 50만(하사관 2만1000명 포함)에서 5만 명이나 부족한 숫자다.

그 중 징병제로 충당되는 육군 병사는 30만3000명에서 20만5000명으로 32.3%(9만8000명)이나 줄었다.

미래 병역자원(병역판정검사대상인 20세 남성)전망은 더 암울하다. 2014년 37만8000명에서 2024년에는 25만5000명으로 감소했고 2042년에는 12만5000명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15년 뒤 인구절벽 탓에 한국군은 약 27만 명으로 급속히 줄어 북한의 병력 113만 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엇을 의미하나. 2030남성에 의존하는 현존의 징병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에 따라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소멸되면서 노령연금 등 사회복지 예산 수요가 늘어 날 수밖에 없다.

반비례해 국방관련 지출이 줄 수밖에 없다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안이다.

이런 마당에 이재명 정부가 묘한 소리를 했다.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건 굴종적 사고라는 자못 격앙된 비판을 퍼부은 것이다.

그 자주국방이란 게 그렇다, 미군철수의 사전 빌미라도 만들려는 것 아닌지, 그렇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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