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키멀 쇼’ 재개 속 논란 지속…트럼프 “ABC 시험해볼 생각” 비판

2025-09-24 (수) 1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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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멀 “죽음 가볍게 만들려는 의도 없었다” 울먹…트럼프엔 “반미”

‘키멀 쇼’ 재개 속 논란 지속…트럼프 “ABC 시험해볼 생각” 비판

지미 키멀[로이터]

암살된 미국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관련 발언으로 중단됐던 미 ABC방송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재개됐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문화 지형을 보수에 유리하도록 재편하려는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 등을 둘러싼 미국의 분열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ABC방송의 모회사 디즈니는 키멀의 방송을 중단시킨 지 5일 만인 지난 22일 그의 복귀를 결정했다.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및 지지층) 패거리는 찰리 커크를 살해한 녀석이 자기들 중 하나는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거기서 뭐라도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자 미국 방송통신분야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장이 즉각 ABC방송의 면허 취소를 거론하며 방송 취소를 압박했고, ABC는 키멀의 토크쇼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키멀과 디즈니가 지난 22일 아침 회동하고 해결책에 도달하며 키멀의 복귀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키멀의 복귀 결정 배경에는 그의 방송 중단에 대한 할리우드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 팝스타들이 키멀의 방송 중단을 규탄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서한에 서명하는 등 방송 중단을 압박한 트럼프 행정부와 그 압박에 굴복해 방송 중단을 선언한 ABC방송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디즈니 내부 관계자는 FT에 밥 아이거와 데이나 월든 디즈니 공동대표가 "할리우드 창작계에서 나온 강력한 반응에 의해 겁을 먹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전임 디즈니 임원은 "그들은 '이건 옳지 않다'라는 전화 여러 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와 일부 정치인들의 압박에 키멀을 복귀시킨 디즈니가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진영으로부터는 다시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등 폭풍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키멀의 복귀가 발표되자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진영에서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에 "백악관에는 그의 쇼를 취소했다고 해놓고 가짜뉴스 ABC가 지미 키멀에게 다시 일자리를 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썼다.

이어 "그의 관객은 사라졌고 그는 처음부터 '재능'이 없었는데 왜 그렇게 형편없고 재밌지도 않고, 99% 민주당 지지하는 쓰레기로서 방송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을 데려오려 하나"라며 "그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소속"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우리는 ABC를 시험해볼 생각이다. 저번에는 그들이 나에게 1천600만달러를 냈는데 이번 건은 더 수익이 높을 것 같다"며 소송을 예고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몰리 헤밍웨이는 키멀의 발언에 대해 "악의적인 거짓말"이며 "좌파의 폭력을 보호하고 미국인과 우리의 가치를 더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커크가 이끌던 터닝포인트 USA가 "커크 암살에 대한 키멀의 거짓 주장을 조직과 그 활동가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악랄한 공격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디즈니의 키멀 방송 재개 발표 후에도 미국 내 최대 지역 방송 네트워크 소유 회사들인 넥스타와 싱클레어 등은 여전히 방송 중단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논란 속에 키멀은 23일 밤 자신의 토크쇼로 돌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목이 멘 목소리로 "한 젊은이가 살해된 것을 가볍게 만들려는" 의도가 없었다면서도 코미디언과 언론을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키멀은 방송 오프닝에서 커크를 암살한 남성과 관련해 특정 집단을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내가 특정 집단을 지목했다고 생각한 분들, 나는 여러분이 왜 화났는지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살해범을 용서한다"고 말한 커크의 부인에게 "품위 있고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또 "이 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쇼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심야 토크쇼 진행자, 언론을 비판하는 것을 "반미(反美)"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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