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몽의 7일’… 구금 316명 한국 땅 밟았다

2025-09-13 (토) 12:00:00 조영빈·문재연 기자
크게 작게

▶ 317명 중 잔류 1명 제외 모두 귀국

▶ ‘추방’ 아닌 ‘자진 귀국’으로 돌아와
▶ 안정적 대미 투자 환경 구축 숙제 남아

미국에서 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이 전세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2일 귀국했다.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지 8일 만이다. 조지아주 한국인 체포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미 투자 환경 개선'이라는 한미 양국이 해결해야 할 묵직한 숙제가 남게 됐다.

한국인들을 태운 대한항공 KE9036 편은 이날 오후 3시 23분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이 전세기는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전 11시 38분쯤 한국인 근로자 316명(남성 306명, 여성 10명)과 외국인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 등 총 330명을 태우고 애틀란타 하츠필드-잭스 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귀국 한국 근로자 가운데는 임산부 1명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추방'이 아닌 ‘자진 귀국'의 형식으로 귀국했다. 당초 미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는 317명이었으나 이 중 1명은 자진 귀국 대신 잔류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한국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 317명을 체포·구금했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에 이들의 석방과 ‘불이익 없는 재입국'을 요구했고 양측은 ‘자진 귀국' 형식으로 이들을 한국으로 복귀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인력 교육·훈련을 위한 한국인 잔류를 희망하며 석방이 하루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 근로자들이 출장 비자로 불리는 단기 상용 B-1 비자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등을 소지하고 미국에서 근무한 점을 미 이민 당국이 문제 삼으면서 발생했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근무하려면 H-1B 등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애당초 동맹이자 대표적인 대미 투자국인 한국 국민에게 미국이 발급하는 취업 비자 쿼터는 실제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이날 공항에 근로자들을 마중 나온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국민들을) 빨리 모셔오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부는 내 가족, 내 친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비자 문제에 대해선 “B-1 비자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를 이뤄 이 문제에 대한 불신의 씨앗을 없애야 대한민국 기업도 안전하게 믿고 투자하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강 실장은 설명했다.

<조영빈·문재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