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정부 불신임 사태 속 사상 최저

2025-09-12 (금) 04: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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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에서 A+로 한단계 하향…”정치 분열 심화로 재정 건전성 역량 약화”

피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정부 불신임 사태 속 사상 최저

10일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의 시위 모습[로이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다만 피치는 프랑스의 향후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등급 조정에 대해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국내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불안정성은 상당한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는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한다"고 설명했다.


피치의 이번 등급 결정은 프랑스 전역에서 정부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국가 마비'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 시위는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지난 7월 정부 지출 동결과 공휴일 축소를 포함한 긴축 재정안을 발표하며 촉발됐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9월 10일 국가를 마비시키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난 바이루 총리 후임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측근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로존 평균(약 3.1%)을 크게 웃돌았다. 국가부채는 GDP의 113%를 넘어 유로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마크롱 2기 행정부가 2년이 채 되지 않아 5번째의 총리를 교체할 정도로 프랑스에서 긴축 정책을 둘러싸고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치는 "향후 몇 년간 국가부채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시야가 없는 상태"라며 "국가부채가 2024년 GDP의 113.2%에서 2027년에는 12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각종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재정 악화 심화로 이어져 악순환이 형성되기 쉽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등급 강등이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르코르뉘 총리에게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치의 이번 강등 조치가 이미 예상됐던 만큼 이에 따른 파장은 시장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프랑스 국채 10년물과 이탈리아 국채의 10년물 금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이탈리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피치가 주요 신용평가사 중에서 프랑스에 사상 최저 수준의 신용등급을 매긴 가운데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강등 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로이터는 내다봤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오는 11월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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