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장남 경영권 지속… ‘중도’ 세 자녀 지분대신 1조원대 현금

루퍼트 머독[로이터]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94)이 자신이 세운 '미디어 제국'의 보수 성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폭스 코퍼레이션은 8일 성명을 내고 회사 최대 주주인 머독 가족 신탁의 수탁자와 수혜자들이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합의에 도달했음을 회사 측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루퍼트 머독이 후계자로 지명한 보수 성향인 장남 라클런이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프 산하 주요 방송과 언론사의 경영권을 계속해서 쥐고 기존의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루퍼트 머독은 자신이 세운 미디어들의 보수 성향을 유지하기 위해 장남에게 지분을 몰아주려고 상속 계획 변경을 시도했다가 다른 자녀들의 반발에 부딪혀 가족 간 격렬한 송사에 휩싸인 바 있다.
기존 머독 가족의 신탁은 루퍼트 머독이 사망하면 가족 사업을 네 자녀가 지분을 동등하게 넘겨받도록 규정했다. 또 회사의 미래에 대해 네 자녀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했다.
루퍼트 머독은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인 다른 형제들의 간섭 없이 장남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만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나머지 자녀들에게도 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취소 불가능한 가족 신탁을 수익자 모두의 동의 없이 수정하려는 아버지의 변심에 배신감을 느낀 차남 제임스와 딸 프루던스, 엘리자베스는 신탁 조건 변경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해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기존 신탁 조건 변경에 반대해온 세 자녀는 폭스 코퍼레이션과 뉴스코프 지분을 상속받는 대신 현금을 상속받기로 했다. 기존 신탁은 가족 간 합의를 반영해 새 신탁으로 대체된다.
합의 조건에 따라 이들 세 자녀가 받게 될 현금 상속액은 각각 11억 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은 폭스뉴스와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물론 영국과 호주의 주요 신문과 TV 방송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을 건설, 전 세계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