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경제상황 타개·대미 공동대응… “인도가 원유 수입 줄이면 큰 타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유럽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2주 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지 사흘 뒤였다.
발언 당일로부터 2주일을 계산하면 9월 1일까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9월 1일까지 푸틴 대통령이 회담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논 것으로 봐야 한다고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촉구에 좀처럼 부응하지 않던 푸틴 대통령은 1일 중국을 방문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불황 직전에 놓인 러시아 경제 상황을 타개하는 데 푸틴 대통령의 방중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중에서 중국·인도 등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 참석해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연합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의 3분의 1을 수입하고 있는 인도와의 무역 협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데 대한 제재로 지난 27일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관세 50%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는 아직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인도가 원유 수입량의 일부를 다른 국가로 돌린다면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된다.
야니스 클루게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인도가 수입 물량을 줄인다면 러시아의 긴축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문제가 심각한 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전직 러시아 재무부 고위 관료도 "인도가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줄이지 않고 추가 제재가 없더라도 전쟁에 대한 어떤 해결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전쟁에 쏟아붓는 지출과 제재의 영향으로 현재 공식적으로 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 타격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18%까지 높이자, 이번에는 투자가 위축되고 기업 대출이 막히면서 미지급금이 급등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7월 연간 성장률이 0.4%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의 전쟁 지출은 지속 증가해 올해 국가안보·국방 지출액은 2천134억 달러(약 300조원)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미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예산 외의 국부 펀드에서 600억 달러 이상을 전용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기간을 12∼16개월로 추정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매파 관리들은 국가적인 경제 통제를 통해 2년은 더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