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김용현과 손가락으로 대화하며 회의 정족수 충족 여부 확인
▶ 국무위원 거부에도 서명요구…회의종료 후 이상민과 문건보며 논의

(의왕=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5.8.27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확보한 12·3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폐쇄회로(CC)TV에는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정족수 충족 여부를 확인하며 손가락을 세거나, 회의 종료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건을 보며 논의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29일(한국시간)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국무회의 당시 상황을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CCTV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 김 전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에 출석한 국무위원 숫자를 확인하며 정족수 충족 여부를 점검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한 전 총리는 김 전 장관과 손가락으로 대화하며 국무위원 숫자를 셌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손가락을 펼치며 '정족수 충족까지 4명이 필요하다'거나 '이제 1명 남았다'는 취지의 표현을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 전 총리는 해당 대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CCTV와 국무위원 진술 등을 종합해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종료 후 국무위원들의 거부에도 서명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해 대접견실을 떠난 뒤 대통령실 직원이 참석자 서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국무위원 대부분이 서명을 거부했고, 이에 한 전 총리가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은 하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CCTV에는 대통령실 직원이 대접견실을 나서려던 국무위원들에게 '부서가 필요하다. 다시 들어와 달라'고 말하자 국무위원들이 다시 모이는 장면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서명한 국무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특검팀은 이때 국무위원들이 한 전 총리의 주재로 대접견실에 모이게 된 것이고, 한 전 총리는 회의 주재자의 지위에서 참석자들에게 계엄 관련 문건 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봤다.
한 전 총리 역시 특검 조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CCTV 영상에는 회의 종료 이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계엄 선포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문건을 대접견실에 두고 가자 이를 한 전 총리가 직접 수거하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이 모두 나간 뒤 이 전 장관과 따로 남아 16분가량 계엄 관련 문건을 보며 논의하는 모습도 포함됐다고 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처를 통할한다는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행위"라며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문건을 수거해가는 한편 이 전 장관과도 논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CCTV 영상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국회 의결에 따라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국회 상황을 지켜보던 국무조정실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서둘러 건의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기다리라'고만 하며 한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정진석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고서야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박 특검보는 "한 전 총리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계엄 해제가 앞당겨졌을 것"이라며 "계엄 해제 담화문에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국무회의 의결 후 해제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점도 고려해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인 저녁 8시께 대통령실의 호출을 받고 들어가 이미 포고령을 전달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한 전 총리 역시 특검 조사에서 당시 포고령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개의를 위해 국무위원들을 뒤늦게 호출하면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는 직접 전화해 빨리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며 독촉한 사실도 파악했다.
특검팀은 이처럼 한 전 총리의 계엄 당일 행적과 발언 내용 등 구체적 사실관계는 CCTV 영상과 진술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를 내란 방조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