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복 느낌 없애려 넣은 뒤트임이 ‘행운의 부적’ 돼… “따뜻한 분위기 조성”

지난 18일 정장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입은 정장을 만든 디자이너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품위 있어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는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 의상 제작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빅토르 아니시모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착용한 의상의 특징과 제작 과정을 19일 보도했다.
아니시모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 전 코미디언으로 활동했을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이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지난 1월 한 지인으로부터 대통령을 위해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을 위한 캡슐 컬렉션(소량의 제품을 제작해 선보이는 방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군복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은 티셔츠 차림의 군복 의상도 그가 제작한 옷 중 하나다.
아니시모우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옷차림 때문에 면박을 당한 영상을 봤을 때 복싱 경기의 잽을 맞는 것 같았다며 "젤렌스키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을 겨냥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숨 쉬고 어떻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라고도 말했다.
지난 2월과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 깃이 있는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재킷을 갖춰 입었다. 이는 전투 현장에서 입는 옷이 아닌 군인들의 정복(正服) 느낌이 더 강했다.
아니시모우는 군복보다 민간인 복장에 가까운 느낌을 내기 위해 재킷 아래 뒤트임을 넣었다며 이 미묘한 변화가 '행운의 부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의상을 착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그의 '복장 불량'을 지적한 미국 기자에게 "멋지다"는 칭찬을 들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나도 똑같은 말을 했다"며 이를 거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 행운의 부적이 백악관 회동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착용한 정장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의상은 아니었다.
아니시모우는 이 옷은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한 아이디어였으며 검은색과 감청색 두 가지 색상으로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이틀 전인 지난 16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정장이 필요하다는 긴급 요청 전화를 받았고 당시 해당 의상은 소매 수선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이후 군복 대신 정장 느낌의 옷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에 입은 옷과 비슷한 디자인의 재킷을 다섯벌 정도 가지고 있다고 아니시모우는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과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때도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착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