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SAT 독해 수업 중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긴 지문을 빠르게 구조화해 핵심을 짚어내는 학생과,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지만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두 집단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왔는가’였다. 단순히 단어나 문법 지식이 아닌, 익숙한 지문 유형에 대한 직관과 사고력에서 벌어지는 간극이었다. 독서는 수업 몇 번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는 그 독서력을 길러주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실제 사용 중인 독서 보조 교재와 그 활용 한계, 그리고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완 전략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 독서 습관이 시작되는 시기
초등 저학년은 읽기 유창성과 기초 어휘를 다지는 결정적인 시기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읽기 능력 향상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종종 핵심 교재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HMH Into Reading, McGraw Hill의 Wonders, 그리고 READ 180과 Accelerated Reader(AR) 등이 있다. Into Reading과 Wonders는 교과서 수준의 기본 자료로, 문해력 발달을 위한 음소 인식, 파닉스, 독해 전략 등을 다룬다. 반면 READ 180은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집중 개입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기반 리소스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며, AR은 읽은 책에 대한 퀴즈로 이해도를 점검하는 보조 수단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의 교육만 믿기보다, 공동 독서와 질문 기반 대화를 병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학교 | 정보 성 글과 사고력 격차가 본격화되는 시기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서사 중심의 독서에서 설명문, 논설문, 보고서, 기술 문서 등 비 문학 글의 비중이 커지는 장르 변화에 직면한다. 문제는, 학교 수업이 여전히 문학 작품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보 성 글을 읽고 요약하거나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은 현저히 부족하다.
교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년·학급별로 자체 제작한 워크시트나 Concept-Oriented Reading Instruction(CORI)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CORI는 과학, 사회 등 주제 중심 읽기를 통해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이다. 부모는 이 시기에 ‘주제 중심 읽기’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에 대한 책 2~3권을 읽고 관련 기사를 함께 분석해 보는 식이다.
■고등학교 | 시험 중심 수업과 실질적 읽기 능력의 괴리
고등학생에게 독서는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중요한 역량이다. SAT, ACT, AP 등 고등시험에서는 과학적 추론, 문학 분석, 역사적 맥락 이해 등 고차원적 독해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학교 수업은 여전히 문학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보 성 글이나 학술적 독해는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Newsela, CommonLit, Actively Learn과 같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들 자료는 수준별 조정이 가능하고, 질문, 요약, 어휘 연습이 통합되어 있어 시험 준비와 사고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역시 학교 차원의 전면 도입이 아닌, 일부 교사의 선택 사항이라는 점이다. 부모는 자녀가 이러한 리소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계정을 열어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 주제를 정해 ‘읽기 후 토론’ 또는 ‘읽은 글 요약 및 발표’ 활동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보완 전략이 된다.
■대학 입시 준비 | 사고력 기반 독서의 최종 결실
대학 입시는 더 이상 단순한 시험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추천서, 인터뷰 등 모든 과정이 학생의 ‘사고력’, ‘표현력’, ‘독립적 시각’을 측정한다. 그런데 이 모든 기반은 결국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힘’에서 출발한다. 학교에서는 종종 진로 독서 프로그램이나 에세이 작성 연습을 위해 소규모 독서반을 운영하기도 하나, 대부분 선택적 프로그램이며 기회는 제한적이다. 학교는 노력하고 있다. 연구 기반 프로그램도 도입했고, 교사들은 교재와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의 제약과 현실은 여전히 많다. ‘한 교실 속 25명의 수준 차’를 모두 만족시키기 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독서 교육은 부모의 관심과 학교의 협력이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프로그램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닿아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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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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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