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동산은?

2025-08-07 (목) 12:00:00 제니퍼 정 BEE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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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부동산은?

제니퍼 정 BEE 부동산 대표

지난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따로 지병 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노환으로 100세 장수는 아니였지만 비교적 평안하게 돌아가셨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예감 하던 이별이라도 슬픔은 늘 그렇듯 가족들 마음에 애잔함을 남긴다.

장례를 치르면서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모실지 미리 결정하지 않아서 형제들 간에 의견이 분분 하였다. 평소에 본인은 돌아가신후 바닷가에 뿌려 달라고 하셨다고 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

부랴부랴 모실곳을 알아보는데 이 묘지 라는 곳도 막상 가보니, 위치나 사이즈 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필자로선 내 사후에 머물 공간 을 구입(?) 하는것 또한 내 인생의 마지막 부동산 결정이 아닐까 깊이 생각 했다.


“살아있는 동안 집 한채는 꼭 마련 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목표를 꿈꾸고 살아간다. 특히 이민 생활 속에서 한 채 의 집은 단순한 부동산만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뿌리이자 성취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40여년전 이민와서 처음으로 집을 장만 하고 온가족이 행복해하며 이방 저방 뛰어 다녔고 ,꽤나 넓은 다이닝룸에 8인용 식탁을 사다놓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던 어머니도 생각난다. 아주 커다란 아보카도 나무가 있던 그집에서 부모님은 오래 사셨고, 우리 형제자매 들은 학교를 마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집에서 끝까지 사시지는 못하셨다. 우리 자식들이 다 분가 한후로 큰 뒷마당과 4개의 방이 있던 큰 집 관리에 너무 힘들어 하셨고, 결국 한인타운 가까운곳의 아파트로 옮겨 드렸다.

그 후에는 우리 형제자매들은 또 부지런히 각자의 자아성취를 위하고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새로운 집 을 사고 옮기고, 투자하고 혹은 잃어 보기도 하며 살아왔다.

거의 모든 이민가족들도 이런 비슷비슷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부동산업을 하는 필자로서 일을 하다보면, 더 좋은 지역, 더 넓은 사이즈, 좋은 학군, 더 높은 시세 차익을 원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누구나 더 나은 집을 꿈꾸는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아버지의 장레를 치르면서 특히나 묘지 순방을 다녀보며 필자는 결국 우리가 생 의 마지막에 가지게 되는 공간 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미 많이 알고들 계시겠지만, 사후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Six feet Under 이란 말 이 있다 땅 아래 6피트 아래라는 뜻으로 죽음 또는 매장을 간접적으로 표현할때 쓰인다. 1Feet는 대략 30cm 정도 이다. 묘지 한 칸, 납골당의 조그만 칸막이 자리, 또는 자연장으로 뿌려지는 한 줌의 재.


살아생전 수천 평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도 마지막에 누울자리는 한평 남짓에 불과 하다. 그 순간부터 내가 평생 관리 하고 수리하고 고민했던 그 모든 집은 더 이상 ‘나의공간’이 아니다.

남은 가족이 상속을 받고, 팔고, 나누고 정리 하게 된다. 결국은 Record 속의 이름 만 남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쌓아왔던 부동산의 진짜 의미는 무엇 일까?

필자는 부동산이 단순한 자산 만이 아닌, 우리들 삶의 그릇 이라고 생각 한다. 내가 어떤 집에서 살았냐 보다는 그 집에서 누구와 어떤 추억을 쌓으며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한것 같다. 비록 낡았지만 따듯한 불빛이 있는 주방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 웃음이 오가던 식탁, 아이들이 뛰놀던 공간, 그런 순간들이 쌓여 그집이 ‘나의 집’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살아있는 동안 멋지고 큰 내집을 갖고, 잘 관리 하는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가 한평의 공간에 머물게 될 날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더 아름답고 행복 하게 살아가야 할지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부동산의 가치도, 삶의 무게도 결국 남는것 보다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더욱 절감 한다. 오늘 하루, 당신 집에 어떤 삶이 머무르고 있나요? 그 공 이 당신에게 진짜 ‘내공간’이 되시기를 바란다.

문의 (213)453-0434

Realtorjen0434@gmail.com

<제니퍼 정 BEE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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