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尹정부 앞줄 차장들·특수통 빠져… ‘인사태풍’ 李정부 검찰인사

2025-07-25 (금) 09: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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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교체·시대변화 체감’… ‘先순위’ 중앙 1∼3·재경지검 차장검사 및 부장급 승진대상 제외

▶ ‘그때 그사람들’ 文정부 ‘검수완박’ 법무부 검사 약진… ‘역량 있지만 저평가’·여성 검사 발탁

尹정부 앞줄 차장들·특수통 빠져… ‘인사태풍’ 李정부 검찰인사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25일 단행됐다. 발령은 오는 29일 자. 전국 최대 서울중앙지검을 관할하는 신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서울고검장)에는 구자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신규 보임됐다. 사진 왼쪽부터 구자현 서울고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박재억 수원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2025.7.25 [연합뉴스 자료사진]

25일(한국시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정부에서 주요 자리를 거쳤던 '특수통' 검사를 배제하고 새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이를 전면에 발탁하는 방향으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인재를 발탁해 배치했고 역량과 그간의 이력에 따른 보직 배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은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됐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다만 한편에서는 과거 '친윤' 성격으로 평가되는 일부 검사가 배제됐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또 다른 측면으로 검사 임관부터 시작해 그간 사법연수원 동기 가운데 선두권으로 경력을 쌓아온 일부 검사도 '주류 교체·물갈이' 분위기 속에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검사장 승진 1순위로 여겨지는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 차장검사들이 대거 밀려난 게 눈에 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통 검사들 대신 형사·기획통을 주요 보직에 배치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에서 두드러졌던 '특수통 시대'도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실무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진용 구축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승진 인사' 보다도 '승진 누락 인사'에 중점을 둬 본격적인 검찰 개혁 추진에 앞서 '친윤' 색채를 빼고 진용을 새롭게 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검사장 승진 명단에는 공석인 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박승환(32기) 1차장과 공봉숙(32기) 2차장, 이성식(32기) 3차장을 비롯해 이동균(33기) 동부지검 차장, 신동원(33기) 서부지검 차장 등 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 차장들이 모두 제외됐다. 유태석(32기) 법무부 법무심의관도 빠졌다.

'서열'이 빠른 부장검사급 중에선 김승호(33기) 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김남훈(33기) 중앙지검 인권보호부장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중앙지검과 재경지검 차장, 성남지청장은 통상 각 기수 선두권 검사들이 보임되기 때문에 검사장 승진 코스로 꼽힌다. 중앙지검 형사1부장의 경우 전국 부장검사 가운데 최선임이다.

법원과 조금 성격이 다르기는 하나 통상 검찰 임관 때 연수원 상위자들은 서울중앙을 비롯해 동·남·북·서부 및 수도권의 재경 지검에 발령된다. 법원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옛 서울민사·형사지법 시절 포함)과 행정법원을 포함한 재경 지법에 보임된다.

검사 인사는 1년 단위로 이뤄져 임관 후 '3~5학년'으로 불리는 3~5년차 때까지 어디를 거치느냐가 일종의 판단 경로가 된다. 이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옛 서울지검)을 비롯한 재경 지검에서 출발해 대검찰청, 법무부 등 3곳 중에서 경력이 포함되면 대부분 탄탄한 길을 밟는 사례가 많다.

다만 '페이퍼 워크'를 하고 정책 기획에 관여하는 '기획통'의 경우 서열이 크게 바뀌지 않는 반면 수사 역량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특수통'이나 '공안통', 형사부 검사의 경우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수사를 통해 '역전' 등 자리바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조적으로 주로 법리 검토를 하고 법률 해석에 치중하는 법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체로 서열이 쉽게 바뀌지 않는 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모두 연수원 수료 최상위권이다. 김용덕 전 대법관, 홍승면 전 고법부장 등은 연수원 수석 수료자다.

이번에 발표된 검찰 인사를 보면 주요 자리 차장과 법무부 심의관 등이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 보임된 인사들인 만큼 새 정부와 조금 결이 다르다는 인식이 가능하다. 특히 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 낸 데 대해 지휘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이력으로 법무부로부터 인사 대상자 통보를 받고도 사직하지 않았던 검사장급 인사들의 경우 모두 '한직'으로 평가되는 법무연수원으로 좌천 발령됐다.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지휘했던 박영진 전주지검장을 비롯해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던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옮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수사했던 허정 대검 과학수사부장,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이영림 춘천지검장도 법무연수원으로 밀려났다.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등에 근무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관여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른 길을 걸었던 인사들은 주요 포스트에 전면 배치됐다.

구자현(29기) 서울고검장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수완박 문제로 대립하던 시기 법무부 대변인으로서 추 당시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됐으나 정권 교체 후에는 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으로 비켜서 있었다.

이번 고위급 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임명된 사실상 유일한 '특수통'인 박철우 반부패부장 역시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대변인과 중앙지검 2차장을 역임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구고검 검사로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박재억 인천지검장도 관할 지청이 많은 대형 검찰청인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하며 중용됐다. 특히 수원지검은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곳이다. 기소된 이 대통령의 재판은 연기됐지만 여권에선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대검 대변인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응철 춘천지검장은 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고, 박범계 장관 시절 검찰국 형사법제과장에 이어 형사기획과장 등 핵심 보직을 지낸 바 있다.

여성 검사장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3명이 한꺼번에 검사장급으로 승진하며 핵심 보직에 자리했다.

김향연 부산지검 1차장은 기관장인 청주지검장으로 발령됐다. 최영아 남양주지청장은 대검 참모인 과학수사부장으로 발탁됐고, 정수진 청주지검 차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승진 보임됐다. 검사장급인 박성민 대전고검 차장도 법무부 주요 보직인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향연 지검장은 숙명여대 출신 '1호 검사장'이 됐다.

'검찰국 출신 멤버'인 김창진 부산지검장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과장을 거쳐 검사장으로 올랐다. 윤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국정농단 수사팀에 있었고 한동훈 전 장관 시절 검찰과를 이끌었다. 다만 김 검사장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를 수사할 당시 '대면조사' 원칙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인사에선 법무부 감찰관과 감찰담당관이 모두 빠진 점도 눈길을 끈다. 김도완 감찰관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전보됐고 민경호 감찰담당관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전고검 차장으로 옮겼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분위기 속에 감찰 담당자를 새로 보임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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