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2,750억달러 증발
▶ 건설·요식·서비스까지
▶ 고용·세수·생산 활동↓
▶ 한인업계도 경기 하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추방 정책으로 이민자 출신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가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이 캘리포니아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요식·서비스업 전반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향후 최대 2,750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등 50개 주 중 가주의 경제 타격이 가장 크다.
UC 머세드·스탠포드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지난 6월 8일 전후, 캘리포니아 주에서 약 46만5,000명의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민간 부문 고용이 3.1% 급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고용 축소 중 하나로 기록됐다.
눈에 띄는 점은 노동시장 이탈자 중 시민권자와 합법 체류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ICE 단속의 파장이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합법 노동자들까지 고용시장 참여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라틴계 노동자는 5.6%, 백인 노동자는 5.3%의 노동시장 이탈을 보였다.
ICE는 인력 수요가 많은 건설현장, 호텔, 음식점, 농장 등을 집중 단속하면서 공급망의 중추 역할을 해온 이들 현장에서는 생산 활동이 사실상 멈추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건설업계는 “일할 사람이 아예 없다”며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건설업자협회(NAHB)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건설 인력 중 41%가 외국 출신이며, 이 중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UCLA 앤더슨 경제전망 보고서는 “대량 추방이 현실화될 경우, 캘리포니아 전역의 건설 인력이 고갈될 것”이라며 “단독주택과 소규모 다세대 주택의 공정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타격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펠리세이즈 화재와 이튼 화재로 인해 파괴된 주택은 1만 3,000채에 달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인부 절반이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LA의 한 건설업체 대표는 “공사 예정 물량의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숨어 있고, 설령 일할 의향이 있다고 해도 시급을 두 배로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력난은 결국 주택 건설 지연 → 주택 공급 부족 → 주거비 폭등이라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외식업계와 소매업계 역시 타격이 심각하다. 단속 공포 속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거나 고용 자체를 포기하면서 매장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인건비는 폭등하고, 영업시간은 줄고, 서비스 품질은 악화되면서 소비 위축과 매출 급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노동력 붕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세수·투자·고용 전반에 장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 지역 협의회 경제연구소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이 현실화되면, 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9~11%, 금액으로는 약 2,750억달러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 불안과 함께 세수 축소도 불가피하다. 노동자가 줄면 소득세와 소비세가 줄고,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미루게 되며, 이는 다시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인 업계도 불안에 휩싸여 있다. LA 지역에서 중형 건설업체를 운영 중인 한 한인 업주는 “한인 노동자 중에도 합법 체류자임에도 불안감 때문에 출근을 꺼리는 이들이 있다”며 “공사비는 오르는데 계약은 줄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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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