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란특검, 尹 구속영장…사후계엄문건·비화폰 등 증거인멸 방점

2025-07-06 (일) 08: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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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개시 3주도 안 돼 정점 겨냥 ‘승부수’…외환 혐의는 제외…8∼9일께 심문 전망

▶ 체포 저지·비화폰 삭제·국무위원 계엄심의권 방해·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등 혐의
▶ 두번 출석해 혐의 부인…구속취소 4개월만에 재구속 기로…尹측 “무리한 영장” 반발

내란특검, 尹 구속영장…사후계엄문건·비화폰 등 증거인멸 방점

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한국시간) 내란 특검 2차 조사를 마치고 조은석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6일(이하 한국시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3주도 되지 않아 의혹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에 나서며 '승부수'를 띄웠다.

구속 여부에 따라 특검이 본격화하고 있는 외환 수사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금일 오후 5시 20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2차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지 17시간여 만이다.

구체적인 구속 필요 사유를 밝히지 않은 박 특검보는 "구속 심문이 법원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현 단계에서 (사유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장 청구서는 60여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대한 데도 두 차례의 대면조사에서 이를 전면 부인해 공범들과의 말 맞추기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윤 전 대통령 지시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공범들이 추가 구속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팀은 비화폰 삭제 지시, 사후 국무회의 문서 부서 등의 행태가 증거를 삭제하거나 사후에 조작·작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증거 인멸 정황을 보여주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을 고려해 적용된 대표 죄명만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막은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 전 사령관 등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두 혐의는 지난달 24일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청구했다 기각된 체포영장에 적시된 바 있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족수(11명)를 채우려고 특정 국무위원만 소집해 통보받지 못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계엄 선포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추가했다.

최초 계엄선포문의 법률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허위 계엄선포문을 추가 작성하고 사후 폐기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년 12월 5일 사후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 전 장관 서명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문건은 향후 문제될 것을 우려한 한 전 총리 요청으로 폐기됐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공보 직원들이 국내외 언론에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알리게 한 행위에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군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 혐의는 이번에 빠졌다.

박 특검보는 "외환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할 양도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그간 군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윤 전 대통령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뛰고 국가안보실을 통해 직접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준비를 지시했다는 등의 군 내부 증언을 검증해왔다.

특검팀은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구속영장에 적시될 경우 군사 기밀과 수사 상황이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뒤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2일 출범한 내란 특검팀은 엿새 만에 수사를 개시하고 빠른 속도로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왔다.

핵심 주범인 김 전 장관이 1심 구속 만기로 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18일 추가 기소 카드를 꺼낸 것을 시작으로 법원에 요청해 공범들의 구속을 잇따라 연장했다.

이후 한 전 총리를 비롯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다수의 군 관계자를 불러 윤 전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지난달 28일, 전날 두 차례 대면조사로 소명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바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대통령은 3월 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지 4개월 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된다.

윤 전 대통령이 미체포 피의자인 상태여서 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는 8∼9일께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입장문을 내 무리한 영장이라고 반발하면서 "혐의 사실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밝혔다"며 증거가 없고 관련자 진술에 의해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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