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란 핵농축시설 완전 파괴”…사실이면 핵프로그램 단기 재건 어려워
▶ 핵포기-반격 사이 기로에 선 이란…美기지 공격·호르무즈 봉쇄시 큰 파장
![[美 이란 공격] 추가공격 경고한 트럼프…이란 대응 따라 중동전쟁 확전기로 [美 이란 공격] 추가공격 경고한 트럼프…이란 대응 따라 중동전쟁 확전기로](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6/22/20250622005723681.JPG)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과 관련해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결단 하에 미군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 핵문제와 그에 연결된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그것을 넘어선 중동 정세 등이 일제히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공습은 군사적으로 극적인 성공이었다.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substantial)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앞으로 2주 안에 진행할지 말지(공격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일에는 "그들(이란)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며 "나는 2주가 최대치라고 말하겠다"고 밝히고, 2주라는 시간은 "(이란)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지 보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within 2 weeks) 대(對)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기에 해당 발언 이틀 만에 이뤄진 이번 공격은 엄밀히 말해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란에 핵 포기 결단을 할 2주의 시한을 부여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전 세계 언론의 대체적인 해석이었다. 따라서 지난 19일 기준으로 2주 안에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2주 이내 결정' 언급은 이미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로 결단한 상황에서 펼친 '연막' 전술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이와함께 이란에 더 시간을 줘도 원하는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이스라엘의 거듭된 지원 요청 속에 조기에 결단을 내린 것일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국내적으로는 미국의 초당적 대(對)이스라엘 지지·지원 기조 및 이란 핵보유 불용 원칙과,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로 불리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 상당수의 해외 전쟁 개입 자제 요구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에 더 무게를 둔 결과로 풀이된다.
9·11 테러 이후인 2000년대 초반 미국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의 늪에 빠져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수많은 장병이 희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는 그와 같은 대외 군사개입을 앞으로는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대이란 공격을 결정한 것은 이란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늦추지 않으면 자신의 임기 초반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는 위기의식,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공감대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룬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하고,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중대 결정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 비용 부담 확대 요구와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체로 동맹국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스타일이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조약으로 묶인 정식 동맹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인지 동맹'으로 평가되는데, 미국 역대 지도자 중에서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적인 대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지지층 내부에서도 대이란 군사개입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결정한 것은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유대감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B-2 폭격기를 동원해 벙커버스터 GBU-57로 이란의 지하 핵시설 파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차적인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이란의 주요 핵시설들이 전면 파괴됐을지 여부다.
다만 이란의 반응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 주요국 정보기관의 후속 평가 등을 통해 구체적 피해가 확인되려면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무기 공급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군사 개입을 함에 따라 이란의 반응에 따른 확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으로서는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 등으로 대미(對美) 반격에 나설지, 대미 협상에 나설지 사이에서 결단의 갈림길에 섰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란이 반격에 나설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과 함께, 세계 에너지 수송에 길목 역할을 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상황 등이 선택 가능한 옵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서며 미군의 피해를 초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추가적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그럴 경우 앞으로 펼쳐질 중동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격 후 대국민담화에서 이란을 향해 "표적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라"면서 "만약 평화가 빨리 도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다른 표적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이란,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의 이란 추종 세력들이 집결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중동전쟁'으로 확전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중동 상황이 확전 시나리오로 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분쟁 최소 개입 기조는 집권 초기부터 시험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태가 확전 국면으로 흐르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개입을 계속하기도, 발을 빼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우크라이나전쟁과 가자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조기에 종결지은 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 전략 자체가 꼬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지상군 파견"이라며 대이란 지상군 파견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의 최대 테러 지원 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었다"며 이란의 정권교체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란의 확전 명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해도 이란 핵 문제가 그것으로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란 핵시설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전면 파괴됐다면 이번 공격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수년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지만, 관련 기술과 연구자가 남아 있는 이상 이란 핵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은 자국민을 기존 이상으로 강하게 통제하며 핵 개발에 더욱 매진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란이 '저항'을 택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것이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란 공격 결단이 이란 핵 문제와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