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차별적 이민 단속도, 폭력도 안 된다

2025-06-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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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촉발된 이민 단속 반발 시위사태가 LA를 첨예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연방 이민당국의 대대적 급습 단속이 한인 의류업체를 타깃으로 시작된 데다 이에 반발하는 시위대와 연방 요원 및 경찰 간 충돌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4.29와 조지 플로이드 사태 당시의 폭동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한인사회는 혹시나 또 다시 폭동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큰 불안감 속에 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한쪽에는 이민 단속 성과에 집착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밀어부치기식 무차별 단속이, 또 다른 한쪽에는 이민자 사회의 반발을 틈탄 극소수의 시위꾼들과 범죄자들의 폭력·약탈 행위가 있다. 사태의 진정을 위해서는 둘 다 모두 중단돼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이 이번에 LA에서 커뮤니티의 반발과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은, 이민 단속의 초점이 다수의 미국 국민들의 바라는 것처럼 미국내에서 마약과 폭력, 살인 등 중범죄에 연루된 불법 이민자들을 추적해 걸러내 추방시키는 데 있지 않고, 단순 체류신분 위반자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생활터전을 급습해 털고 있기 때문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폭력적이고 심각한 범죄자들만 쫓을 의도라는 그의 말과 달리 그의 요원들은 접시닦이와 정원사, 일용직 노동자, 재봉사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일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민 급습 단속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에 대해 ‘이민자의 침공’으로 주장하며 군대까지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너무 노골적이다. 주 방위군의 동원은 주지사의 권한이어서 월권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주 방위군은 물론, 해병대까지 군 병력을 투입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도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위대의 과격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도시를 폭력 속으로 끌고 가려고 작정한 시위꾼들과 이 기회를 틈타 약탈 등을 일삼는 범죄자들은 구분해 걸러내야 한다. 그것이 경찰과 사법기관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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