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U, 러 원유가격 상한 대폭 인하 제안…美 호응 관심

2025-06-10 (화) 10: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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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차 대러시아 제재안 포함… “美와 이미 접촉 중, G7서 논의 예정”

유럽연합(EU)이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 원유 거래가격 상한선을 대폭 인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對)러시아 18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선을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45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G7 파트너국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45달러는 현재 거래되는 러시아산 원유가격보다 낮고 기존 상한선 대비 25%나 인하되는 것이다.

2023년 초부터 본격 시행된 G7 차원의 원유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산 원유의 국제 거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유조선, 선박 보험 제공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러시아 전쟁자금줄 차단이 목표다.


EU는 G7에 속하진 않지만 관례에 따라 모든 각급 회의에 참여하며 현행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 역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EU 주도로 마련됐다. G7, EU 외에 호주와 뉴질랜드도 상한제에 동참한다.

상한선 인하가 이날은 일단 EU 제재 패키지에만 포함됐지만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동참을 끌어내겠다는 게 EU 구상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은 '미국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원유가격 상한선을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조치가 G7 차원에서 시작됐고 성공적이었던 만큼 계속해서 G7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또 "(국제) 원유가격이 내려가 기존 상한선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은 미국도 안다"면서 "이미 우리 팀이 G7 국가들, 특히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럽을 방문한 린지 그레이엄 미 연방 상원의원과도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면서 "대러시아 제재를 통해 러시아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미국과 EU)의 공통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레이엄 의원은 최근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는 원유가격 상한제 강화에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EU 18차 제재 패키지에는 러시아의 해저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2와 유럽 사업자간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 경로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도중인 2022년 9월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노르트스트림-2는 완공되지 않아 가동된 적이 없다.

집행위가 중단된 노르트스트림-1·2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향후에라도 러시아에 대한 유럽 기업의 투자 재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일명 '그림자 함대' 유조선 70여척과 러시아 은행 22곳을 추가 제재도 18차 패키지에 포함됐다.

러시아 무기 생산에 활용되는 이중용도 제품을 지원하는 중국, 벨라루스 등 제3국 법인도 제재 명단에 추가될 예정이다.

새 제재 시행이 확정되려면 EU 27개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해 협의 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집행위는 오는 23일 EU 외교장관회의에서 제재 패키지 승인을 받으려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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