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안 대상 혐오·증오 사건 우려된다

2025-06-0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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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을 포함한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와 증오범죄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다.

증오사건 신고 접수 및 퇴치 운동기관인 ‘아태계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의 의뢰로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월7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 한인 포함 전국 AAPI 성인 1,598명의 응답자 중, 53%가 인종 또는 국적에 따른 증오사건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비슷한 조사의 49%보다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젊은 층에서 증오 경험 비율이 더 높았는데, 18세~29세 연령층에서는 약 10명 중 7명 꼴인 72%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및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과 함께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적 언어가 난무한 것 등이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흔한 피해 유형은 괴롭힘으로 피해자 중 48%가 해당됐다. 대부분 언어적 괴롭힘으로, 비하, 비방, 욕설 등이다. 이어 기관이나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 규칙, 운영 방식 등에서의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의미하는 제도적 차별이 24%였고, 그 다음 신체적 폭행 또는 접촉 11%, 재산 훼손 10% 등의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 40%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36%는 일상 행동 변화, 29%는 안전 조치 강화, 16%는 경제적 손실을 경험했다. 피해를 받은 적이 없는 이들보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느끼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피해자 중 41%는 인종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아시안은 백인과 히스패닉, 흑인에 이어 인구수로는 네 번째로 많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 비중이나 정치·경제적 영향력 등에서 가장 뒤쳐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아시안들이 이같은 혐오·증오 범죄의 주요 타겟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시안 피해자들의 신고율은 20%대로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혐오·증오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 경찰이나 기관 등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철저히 통계에 의해서 움직이는 나라다.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혐오·증오 범죄 발생 시 피해자는 반드시 신고하고 한인사회는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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