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노골적 혜택 챙겨줘
▶ 사법리스크 해제·상장 승인
▶ 트럼프 언급 코인 가격 폭등
▶ 외교 이력 없어도 영국 대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과 개인들이 정부로부터 노골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7자릿수(100만 달러 단위)’ 기부자 챙기기에 나서며 정치 자금을 기부하지 않던 기업들까지 앞다퉈 백악관에 줄을 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큰 규모 기부를 한 기업들이 ‘호의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2억5,000만 달러(약 3,422억 원)가 모였는데, 이는 지난 4년간의 모금액을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큰 규모의 기부를 한 곳은 500만 달러를 기부한 닭고기 가공업체 ‘필그림스 프라이드’다. 이곳은 2020년 가격 조작 혐의로 1억1,000만 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자회사 JBS 대표가 브라질에서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되는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부패행위 방지법’ 집행 일시중단 조치에 숨을 돌렸고, 지난 4월엔 자회사 JBS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승인까지 받았다.
490만 달러를 기부한 가상화폐 업체 ‘리플’에 떨어진 콩고물도 적지 않다. 투자자 보호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규제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긴 법정 공방을 벌이던 리플은 지난달 극적 합의를 이뤘다. 리플에 20억 달러 벌금을 청구했던 SEC는 청구액을 5,000만 달러로 줄였고, 이는 리플에 큰 호재로 작용하며 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리플을 미국의 새로운 ‘전략비축 가상화폐’ 3가지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업계 전체가 ‘줄서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석유업계가 대표적이다. ‘세계 5위’ 석유기업 셰브론(200만 달러)을 선두로 미국석유협회(API·50만 달러)와 여러 석유기업(각 100만 달러)이 기부 행렬을 이어갔고, 이후 석유업계는 기본 관세(10%) 면제 대상이 됐다.
기부금을 많이 낸 개인도 상당한 선물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400만 달러 수표를 들이밀었던 금융서비스 사업가 워런 스티븐스는 외교 이력이 없음에도 영국 주재 미국대사로 임명됐다.
전문가들은 취임식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업의 10만 달러 기부가 윤리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지금은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해도 언급이 미미한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꺼리던 기업까지 대거 끼어든 상태다. 유명 로비스트 샘 게둘디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부 인물’에서 ‘미국 정치를 완전히 재편한 인물’로 거듭나면서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해야 할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고 WSJ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