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년도보다 되레 증가
▶ 청년층 피해율 더 높아
▶ 40%는 건강에 악영향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성인 절반 이상이 지난해 크고 작은 증오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오사건 신고 접수 및 퇴치 운동 기관인 ‘아태계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월7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조사결과, 한인 포함 전국 AAPI 성인 1,598명의 응답자 중, 53%가 인종 또는 국적에 따른 증오사건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비슷한 조사의 49%보다 증가한 수치다.
젊은층에서 증오 경험 비율이 더 높았는데, 18세~29세 연령층에서는 약 10명 중 7명 꼴인 72%에 달했다.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공적인 자리에서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적 언어가 많이 나왔던 것이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STOP AAPI HATE’는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흔한 피해 유형은 괴롭힘으로 피해자 중 48%가 해당됐다. 대부분 언어적 괴롭힘으로, 비하, 비방, 욕설 등이다. 이어 기관이나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 규칙, 운영 방식 등에서의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의미하는 제도적 차별이 24%였고, 그 다음 신체적 폭행 또는 접촉 11%, 재산 훼손 10% 등의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 40%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36%는 일상 행동 변화, 29%는 안전 조치 강화, 16%는 경제적 손실을 경험했다. 피해를 받은 적이 없는 이들보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느끼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피해자 중 41%가 인종 때문에 미국 사회에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정부 지원이나 공적 자원이 부족한 것으로 보였는데, 증오사건 피해자 중 38%는 지원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고, 지원을 받은 사람 중 68%는 그 지원이 필요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신고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77%는 공식 기관(경찰, 학교, 인권단체 등)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40%는 지인과도 공유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신고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느껴서(65%), 신고해도 바뀌는게 없을 것 같아서(60%), 기관을 신뢰하지 않아서(46%), 노출이 두렵거나 시간이나 노력을 낭비하기 싫어서(46%) 등이 있었다.
한편, ‘STOP AAPI HATE’는 연방 법부무가 거액의 공공안전 관련 지원금을 전격 철회했고 여기에는 증오퇴치 활동 단체에 대한 지원금도 포함돼 있는데, 아태계 증오가 이렇게 만연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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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