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크라,‘푸틴 안방’기습… “폭격기 70억불어치 파괴”

2025-06-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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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드론으로 러 영토 기지 동시 공격

▶ ‘작전명 스파이더웹’… “1년 6개월 준비”
▶ 2차 협상 1시간 만에 종료… 휴전 합의 실패

우크라,‘푸틴 안방’기습… “폭격기 70억불어치 파괴”

2일 우크라이나의 방공대 요원이 공격해오는 러시아 드론을 향해 방공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영토 내 공군 기지들을 1일 습격해 러시아 폭격기 수십 대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사책에 기록될 성과”라고 자찬했다. 승기를 잡고 웃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굴욕을 맛본 셈이다. 이번 공격 직후 이뤄진 2차 협상에서 양국은 추가 포로 맞교환에 합의했지만, 휴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는 이날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기지, 무르만스크주 올레냐 기지, 랴잔주 디아길레프 기지, 이바노보주 이바노보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중 벨라야 기지는 최전선에서 약 4,300㎞, 올레냐 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000㎞ 떨어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지역을 드론으로 타격한 건 전쟁 발발(2022년 2월)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SBU는 Tu-95, Tu-22, Tu-160, Tu-22M3 등 전략폭격기 41대가 타격을 받았다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 34%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규모는 약 7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게 SBU 주장이다.


‘스파이더웹’(거미집)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푸틴 대통령 안방’에서 수행됐다. SBU 소식통은 “먼저 1인칭 시점(FPV) 드론을 러시아로 운송했고 러시아 영토 내에서는 트럭에 실어뒀던 이동식 목조 상자 지붕 아래 드론을 숨겨 뒀다”고 작전 수행 과정을 소개했다. 작전 참여 병력은 러시아에 머무르다가 작전 수행 전 철수했다고 한다.

작전을 직접 지휘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전쟁 종료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계획에서 실행까지 1년 6개월 9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작전을 미국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공군 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고, 피해를 입은 항공기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격에 가담한 이들을 몇 명 검거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설사 러시아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정보 및 군사 작전상 상당한 성취로 여겨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맥스 부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규칙을 새로 썼다”며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이번 공격을 84년 전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비교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날엔 이 외에도 양국 간 충돌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와 쿠르스크주에서는 교량 2개가 잇따라 폭발로 붕괴해 최소 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사건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1일 우크라이나에 472대 드론을 출격시켰는데 이는 전쟁 발발 이후 하루 동안 이뤄진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거친 공세를 주고받은 양국은 하루 만인 2일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의 츠라안궁전에서 휴전 협상을 벌였다. 이는 지난달 16일 시작된 이스탄불 대화에 이은 두 번째 회동이다. 양측은 회담 뒤 각각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상자 포로 및 25세 미만 포로의 전원 교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대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포로 교환 규모 1,000명 또는 그 이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전사자 시신 6,000구씩을 교환하자는 약속도 오갔다.

양국은 3년 만의 양자 간 대화였던 1차 협상 때도 1,000명씩의 포로 교환에 합의했지만, 궁극적 목표인 휴전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2차 협상 역시 휴전에 관한 이렇다할 공감대 형성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상에서 양측 대표단은 악수도 생략한 채 테이블에 앉았고 협상은 한 시간여 만에 중료됐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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