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적 지원에도…호주·루마니아 등 친트럼프 줄줄이 낙선
▶ 일방주의 탓 반미정서 역풍… ‘폴란드의 트럼프’ 두고 시선집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을 계기로 전 세계로 확장을 노리던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이 최근 세계 각국 선거에서 배척당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31일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골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인사들이 트럼피즘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시도해왔지만 곳곳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당시만 해도 강경한 극우 민족주의와 기득권을 비판하는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트럼피즘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이후 유럽 등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면서 이러한 관측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넘게 지난 현재 이러한 극우 정치 세력들은 대부분 연정 구성에 실패하는 등 주류 정치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 최근 실시된 선거에서는 친트럼프를 내세운 후보들이 패배하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트럼피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달 결선투표가 치러진 동유럽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 후보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오르제 시미온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시미온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핵심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로부터 지지를 모았지만 대선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에 앞서 치러진 알바니아 총선에서도 좌파 성향의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알바니아의 우파 정당은 전직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 고문인 크리스 라치비타도 고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패배를 맛보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 정책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반트럼프 정서가 높아지면서 보수 후보가 역풍을 맞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초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는 중도좌파 집권당이 정권교체 전망을 뒤집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집권당에 도전한 야당 지도자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것과 같은 대규모 정부 구조조정 등 '트럼프 판박이' 공약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으나,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혼란이 이어지면서 더튼 대표의 인기가 급락한 것이다.
앞서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도 급락하던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이 반트럼프 정서로 인해 반전 되면서 보수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유럽 연구원인 리아나 픽스는 지난 2월 J.D.밴스 미 부통령이 유럽 정상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만 하더라도 트럼피즘이 '범대서양적인 보수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지만, "그 이후로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처럼 과격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피즘을 앞세운 일부 국가의 보수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다급하게 이미지를 따라 한 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의 극우 평론가 라힘 카삼은 최근 선거에서 패배한 루마니아의 시미온 후보 등은 "도널드 트럼프가 아닌 복사본일 뿐"이라면서 이들은 전통적인 유럽의 보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마가 스타일'의 포퓰리즘 정책들을 겉으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6월 1일 열리는 폴란드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친미를 내건 우파 후보를 적극 지원 사격하고 나서면서 대선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달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지도자를 뽑는다면 폴란드 국민은 동맹을 얻게 된다"면서 보수 역사학자인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에게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나브로츠키 후보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축소와 유럽 난민협정 탈퇴,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 협력 등 반유럽·친미 정책을 내걸고 있다.
다만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폴란드 내에서 미국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사격이 보수 후보에게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독일 외교협회의 중부 및 동유럽 전문가인 밀란 닉은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없는 미국 대통령"이라면서 "이는 일부 나브로츠키 지지자들에게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은 이전처럼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