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8시 오픈 전부터 줄… 유권자들 북적
▶ 김민준씨 LA 1호 투표 “출근 전 한 표 행사”
▶ 일부 신분증 없어 발길 돌려… 무효표 주의
![[21대 대선 재외선거 첫날 투표소 현장] “5시간 반 운전… 먼길 힘들었지만 꼭 권리 행사” [21대 대선 재외선거 첫날 투표소 현장] “5시간 반 운전… 먼길 힘들었지만 꼭 권리 행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5/20/20250520203944681.jpg)
대선 재외선거 첫날인 20일 LA 총영사관을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한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총영사관 투표소도 다른 투표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부터 문을 열었다. 1호 투표자는 오전 7시30분께 미리 도착해 기다렸던 LA 한인타운 거주자 김민준(40)씨였다. 직장 출근 전 서둘러 투표소를 찾았다는 그는 “잊어버릴까 봐, 또 출근해야 해서 일부러 일찍 나왔다”며 “특별한 상황의 선거인데다 대선 토론 등을 보면서 이번 선거는 무조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A 총영사관 투표소 문이 열리자 마자 유권자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역시 오전 일찍 투표를 마친 버뱅크에 사는 전선홍(67)씨는 “한국 정세가 너무 불안하다”며 “해외에 있는 우리도 그 불안감을 똑같이 느낀다. 마음이 계속 쏠려서 오늘 이렇게 나왔다”고 말하고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향했다. 몬로비아에 거주하는 김수영(73)씨 “오늘 새벽부터 일하고 와서 바로 투표소로 왔다”며 “늘 투표해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투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먼 거리를 온 유권자들도 있었다.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온 천배영(73)씨는 부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아 부부가 나란히 투표를 마쳤다. 원래 LA에 살다가 5년 전 은퇴 후 라스베거스로 이주했다는 그는 “나라 걱정이 크다. 한국 사회가 너무 좌우로 나뉘고, 서로 미워만 하는 게 안타깝다. 4시간 반 운전은 짧은 거리가 아니지만, 이 혼란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표를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유마 거주 권상기(57)씨는 부인 김능희씨, 딸 권윤하씨와 함께 차량으로 5시간 반을 달려왔다. 권상기씨는 “거의 늘 했었는데, 올해는 꼭 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특히 21세 딸 윤하씨에게는 이번이 첫 투표였다. 윤하씨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의미가 컸다”며 “소신껏 투표했다”고 말했다. 부인 김능희씨는 “재외투표 하기가 정말 어렵다. 장소도 멀고, 시간도 맞추기 힘들다”며 “다행히 딸이 방학을 했고 남편도 휴가를 맞춰 가족이 함께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에게도 이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의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렇게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여행을 와 LA에 머물고 있다는 이수진(55)씨도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부재자 신고를 마치고, LA에 있는 남동생과 조카의 도움을 받아 투표장에 나올 수 있었다”며 “새 대통령에게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LA 총영사관 재외투표소는 25일까지 6일간 운영되며,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과 샌디에고 우리성모병원 2층, 애리조나주 아시아나마켓 메사점에에도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별도 투표소가 개설된다.
한편, 이날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가 투표를 잘 마쳤지만, 그렇지 못한 소수 유권자들도 있었다. 국외부재자는 매 선거 때마다 다시 유권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모르고 하지 않았던 경우, 여권 등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거나 재외선거인이 추가로 필요한 국적확인 서류(비자 또는 영주권 증명서)를 지참하지 않은 경우 등의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고, 투표지는 받았지만 기표 및 문의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결국 무효표가 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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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