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수진영 합쳐도 30%대 지지율 갇혔다

2025-05-17 (토) 12:00:00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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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보수진영 후보들 고전
▶ 김문수 ‘윤 탈당·단일화’ 잡음 사면초가

▶ 이준석, 양당 틈새 못 파고들어 미풍
▶ 8년 전 대선, 홍준표 24%·안철수 21%
▶ 분열로 졌지만 이번엔 뭉쳐도 어려워

대선에 출마한 범보수진영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은 30% 언저리에 머물렀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10%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범보수 후보군 지지율 총합은 30%대 박스권에 갇혀버렸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0%를 넘나들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만약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성사돼도 단순 지지율을 합하면 이 후보에게 한참 못 미친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 발목이 잡혔고 이준석 후보는 양당 후보의 틈새를 파고들지 못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이재명은 '압도적 1위', 김문수 '정체', 이준석 '미풍'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비해 열세가 완연하다.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3~15일 진행)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51%로 김문수 후보(29%)와 이준석 후보(8%)를 압도했다. 두 후보 지지율 합은 직전 같은 기관 여론조사(4월 22~24일 진행)에서 범보수후보(한동훈 홍준표 한덕수 김문수 이준석 안철수) 지지율을 모두 합친 수치(31%)와 큰 차이가 없다. 한 달이 지났지만 전혀 반등하지 못했다.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41.08%로 당선될 때와 대조적이다. 당시 범보수진영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24.0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21.41%를 득표해 문 후보를 앞섰다. 8년 전에는 보수가 분열로 졌지만 이번엔 하나로 뭉쳐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김문수, 尹 탈당·매끄럽지 못한 후보 단일화에 사면초가

김 후보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 논란과 한덕수 전 총리와의 강제 단일화 잡음 등 악재가 널렸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을 두고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전날 윤 전 대통령 탈당을 권고하겠다던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탈당 권고에 대한) 당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드렸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어차피 안 될 것” 떨어진 보수 결집력… ‘박스권’ 못 뚫어


▶ “반드시 투표” 보수 84% 진보 92%
▶ 윤 논란·홍 내부 공격 등에 발목
▶ 김, 이준석·한동훈과 연대하려면 결국 ‘윤-국힘’ 관계 먼저 끊어야


반면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윤 전 대통령 탈당에) 후보와 비대위원장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발을 뺐다. 김 후보 측은 후보가 대통령 탈당을 공식 요청할 경우 강성 보수층과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대선의 시대정신은 ‘윤석열·이재명 동반 퇴진’이라고 밝히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김 후보에게 일부 보수층이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진보 유권자 84%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반면, 보수층 유권자 중에선 58%만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 윤석열 거취 두고 눈치만...한동훈·홍준표도 외면

김 후보 캠프는 ‘윤석열 캠프 시즌 2’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힘을 보태기는커녕 내부 총질이 한창이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을 절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을 설득하려는 김 후보 측 특사단을 향해 “오지 말라”면서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국민의 짐’이 된 줄도 모르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윤 전 대통령 논란, 홍 전 시장의 내부 맹공 등으로 보수층 사이에 이번 대선은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5월 12~14일 진행)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진보 유권자의 경우 92%인 반면 보수 유권자는 84%에 그쳤다. 결집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 일부 보수층, 이준석 안정감 부족하다고 판단

이준석 후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 후보에게 등돌린 일부 보수층 표심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탄핵을 초래한 집권여당의 대안으로 ‘안철수 바람’이 불면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안 후보는 선거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준석 후보는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비호감 이미지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층 유권자에게도 걸림돌이다. 그간 여성할당제·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 교수는 “지금 중도와 보수가 바라는 것은 안정감”이라며 “이 후보는 젊다는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르는 조기 대선인 만큼 김 후보에게 등을 돌린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 표심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란 평가를 받는 이준석 후보 대신 현실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간다는 분석도 있다.

■ 尹, 당과 관계 끊어야

결국 윤 전 대통령과 당의 관계를 끊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인사들과 연대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에 어필할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들이 김 후보와 힘을 합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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