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민해방군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것은…

2025-05-12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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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어떻게 대응에 나설 것인가’-.

벌써 40일이 됐다. 트럼프가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포와 함께 중국에 관세폭탄을 퍼부은 지. 온 관심은 이제 여기에 쏠리고 있다.

‘다소 시간을 끌다가 결국 협상에 나설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화 사회주의 체면을 끝까지 고수하는 거다. 그러니까 과거 냉전시절 소련 같이 대안 이데올로기를 제시, 끝까지 미국과 대립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거대 북조선이 돼 스스로 고립하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 프란세스코가 시시가 제시한 시진핑의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협상, 대립, 고립, 아니면 절충형태일까. 예측이 어렵다.

관련해 한 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 선택과정에서 벼랑 끝 전술구사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실업률, 토지판매, 외국인 투자 등 주요지표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연간 화장(火葬)자 통계, 간장생산 통계도 중국당국은 밝히지 않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다. 왜일까.

경제사정이 말이 아니다. 미국과 전례 없는 경쟁에 돌입한 최근 들어서 특히. 이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안정된 중국 사회의 이미지다. 재정난 압박에 중산층이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금물이다. 이에 따라 아예 ‘죽의 장막’을 쳐 중국의 경제 실상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 비례해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안. 이 같은 국내 상황과 맞물려 새삼 들먹여지고 있는 것이 ‘연내 대만침공론’이다.

시진핑이 인민해방군(PLA)에게 대만침공태세완료 데드라인으로 지시한 해는 2027년이다. 미-중 관세전쟁이 발발하자 이보다 훨씬 이른 6개월 내 침공론이 중화권에 나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뭔가 외부로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런 마당에 트럼프가 강력한 도발을 해왔다.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그렇지만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화의 자존심에 불을 지피는 거다. 대대적 ‘애국심 팔이’에 나선다. 그리고 대만해협에서는 거듭된 실전과 흡사한 봉쇄훈련으로 긴장을 고조시킨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환경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할까. 이와 함께 ‘대만 연내 침공론’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전술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 요소는 강한 군사력이다. 3년 전쟁으로 거덜이 난 것 같이 보인다. 그 푸틴 러시아가 위기 때 마다 들고 나오는 것이 핵카드 벼랑 끝 전술이다. 그 때마다 서방은 움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러시아의 핵 군사력이 건재하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전함 수만 따지면 해군력은 미국을 능가했는지 모른다. 미사일 등 장거리 파워 투사능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민해방군의 위용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결코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시진핑은 군부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가 던진 질문이다.

PLA의 고위 장성들이 잇달아 숙청되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래 숙청을 당한 최고위급 군 인사는 40명이 넘는다. 지난 2년간에도 리샹푸, 웨이펑허 등 2명의 국방부장(장관)을 비롯해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 등 수많은 별들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시진핑, 장유샤에 이어 중국군 권력서열 3위인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실각설이 나돌고 있다.

허웨이둥 실각은 특히 충격적이다. 시진핑의 직계로 현직 군부 2인자이자 공산당 정치국원이다. 그동안 숙청된 장성들과는 위상이 다른 인물이다. 거기에다가 대만침공을 담당하는 동부전구 사령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부패문제로 숙청됐나. 그 가능성이 크다. 진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점차 확실해 보인다. 군사령관들의 경쟁력,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 같은 지적과 함께 아마도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은 군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고 그 결과 대만침공 시간표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인민해방군은 인민을, 국가를 지키기 위한 군(軍)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을 위한 군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 공화주의 국가의 군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군 병사들은 미국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공산당의 군인 인민해방군은 그러면 공산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까. ‘설마’가 그 답으로 보인다. 중국을 위해서도 결코 아니고. 그러면 어디에 목숨을 걸까.

인민해방군은 한 때 혁명의 열기에 들떠 공산주의를 위해 국부군과 싸웠다. 그리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로 군을 불멸의 존재로 미화한 마오쩌둥에게 절대적 충성을 받쳤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후 인민해방군은 구조적, 내적 변화를 겪었다. 공산당 내 파벌 중 보다 유리한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는 세력에 충성하는 그런 조직이 된 것이다. 그 결과 만연하게 된 것이 부정부패다. 그러니까 돈이 동기부여를 하는 군으로 체질이 변한 것이다.

그 중국군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공산당도, 시진핑도 아닌 돈일 것이다.’ 아시아타임스의 지적이다. 인민해방군 장성들은 대만문제보다 미국 등 서방에 빼돌린 거액의 재산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 인민해방군이 제대로 싸울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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