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발 소액면세 혜택 폐지… 쉬인·테무 소비자 ‘직격탄’

2025-05-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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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캐나다’ 통한 우회 수입
▶ 테무 ‘현지 배송 모델’로 전환

▶ 미국 업체 ‘미소’ ·소비자 ‘울상’
▶ 중국 저가 제품 의존 업체 피해

중국발 소액면세 혜택 폐지… 쉬인·테무 소비자 ‘직격탄’

지난 4월 1일 중국 남부 광동성 광저우의 쉬인 공장에서 직원들이 의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로이터]

‘쉬인’(Shein)이나 ‘테무’(Temu)에서 판매되는 저가 제품 가격도 조만간 비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대규모 관세 정책의 일환으로, 10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소액 면세 제도인‘드 미니미스(de minimis)’조항이 이달부터 전면 폐지됐기 때문이다. 소액 면세 제도는 일정 금액 이하의 해외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로, 그간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 연방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2 회계연도 기준 미국 전자상거래 수입품의 83%에 이 혜택이 적용됐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에서 직접 배송되는 저가 제품에도 최소 145%의 관세가 부과된다. 우편 서비스를 통한 배송에는 현재 1개당 100달러, 다음 달부터는 200달러의 고정 수수료가 부과되며 경우에 따라 수입가의 120%가 부과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직접 제조하거나 배송에 의존하는 소매업체라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중국발 제품에 한해 폐지

소액 면세 제도인 ‘디 미니미스’는1930년대 의회에서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800달러 미만의 해외 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은 중국 기반의 패스트패션 플랫폼 쉬인과 온라인 저가 상품 판매 플랫폼 테무다. 이들 전자상거래 업체는 소액 면세 조항 덕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피할 수 있었고 덕분에 미국 내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에 따르면, 2015 회계연도 당시 연간 1억3900만 건 수준이던 소액 면세 제품 통관 건수는 2023년까지 600% 이상 폭증했다. 2024년에는 무려 13억6000만 건에 달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660억 달러에 이른다고 워싱턴 소재 민간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밝혔다. 미국 전체 수입 규모가 연간 3조 달러를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마진 확보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LVK의 매기 바넷 대표는 “많은 업체들이 낮은 소매 마진을 만회하기 위해 소액 면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라며 “중국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지 않고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제조된 물건을 캐나다나 멕시코 창고로 대량으로 보낸 뒤, 주문이 들어오면 미국으로 한 건씩 나눠 보내는 방식을 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에 따르면, 현재 소액 면세 혜택은 중국발 제품에 한해 폐지된 상태다.

▲ 소비자 가격 최대 30%↑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한 것은 미국 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소액 면세 제도에 대한 초당적인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등 불법 약물이 국제 우편을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임기 말기였던 지난해 말 일부 수입품이 이 조항을 통해 관세 회피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기도 했다.

소액 면세 제도 폐지 조치로 소비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소액 면세 제도가 사라지면 소비자 가격이 최대 30%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약 220억 달러 수준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 테무와 쉬인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소포의 전체 소포의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원 공화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액 면제 배송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보내지고 있다.

테무는 이번 조치에 대응해 미국 내 판매자들이 직접 물류를 담당하는 ‘현지 배송 모델’로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테무에 올라온 제품 대다수는 ‘현지(Local)’ 표시가 되어 있다. 이 표시가 없는 제품은 장바구니에서 자동 삭제되는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한때는 수입 제품에 한해 결제 시 관세 비용이 추가로 표시된 적도 했다.


쉬인 역시 4월 25일부터 가격 조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쉬인은 결제 과정에서 별도로 관세를 분리 표시하지는 않지만, 제품 가격에 해당 비용이 포함됐다는 안내 문구를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다. 아마존 역시 이번 조치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은 중국산 저가 제품을 직배송하는 ‘Haul’이라는 플랫폼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보도에 강하게 반발했고, 아마존 측은 “해당 조치는 내부적으로 검토됐으나 최종 승인되지 않았고 도입 계획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중국 등에서 저가 제품을 조달하는 구조에 의존하는 브랜드들은 마진이 적기 때문에 이번 소액 면세 조치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미국 내 업체 ‘미소’ vs 서민 소비자 ‘울상’

소액 면세 제도 폐지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쪽은 바로 미국 내 유통업체들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제이 솔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해당 조항을 철회한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전문 소매업체, 할인점, 백화점, 아동복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그간 쉬인이나 테무 같은 중국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겨 왔다.

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쪽은 저렴한 의류나 생활용품을 구매에 의존하는 일반 소비자들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큰 타격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 전문 기업 LVK의 매기 바넷 대표는 “이들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고, 재고 운영에도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공급망을 다변화할 여력이 부족하다”라며 “대형 소매업체와 가격 협상을 할 때에도 협상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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