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24~25일 정상회의 앞 긴장 고조… “안보 결정 앞두고 파행 피해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달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달 24∼25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중기 안보에 대한 합의나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세 보복, 방위 투자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보류하자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에 호응해 미국 철강관세 대응 차원에서 시행하려던 보복관세 계획을 7월 14일까지 90일간 보류하고 각급 수준의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EU 집행위의 정면 무역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날에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협상을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협상 불발 시 추진할 추가 보복 조치 구상을 8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회원국 사이에선 나토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중심축을 전환해야 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의 결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굳이 거스르지 말자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미 보복 조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거나 무기 조달과 관련해 '미국 대 유럽' 구도를 부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을 비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언행은 피하자는 것이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나토 동맹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은 하겠지만 유럽이 자력 방어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참석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압박해 왔다.
한 EU 고위 당국자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됐는데 (트럼프를) 그곳에 데려와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참사 없이 빠져나가도록 하자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우린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한 믿을 만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위협하자 다른 유럽 지도자들이 부랴부랴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던 일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르크 뤼터 현 나토 사무총장은 당시 네덜란드 총리로서 정상회의의 혼란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 유럽 외교관은 "결국 돈(방위비)이다"라며 "그는 다른 것에 대해선 말하고 싶어 하지 않고, 다른 이슈들은 뒤로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