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일본마저 미 국채 매도 정황
2025-05-07 (수) 12:00:00
양정대 선임 기자
▶ “일본, 미 국채 상당수 매도” 추정
▶ 트럼프 정책에 이례적 공세적 대응
일본은 그간 미국의 대외정책을 적극 추종하는 입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일본을 최우선 상호관세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조기에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관세전쟁의 성과를 홍보하고 다른 교역국들에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음직하다. 하지만 당장은 트럼프의 예상이 빗나갔다. 되레 일본은 다소 공세적이기까지 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일본의 은행ㆍ연기금 등 민간기관이 이달 첫 주와 둘째 주에 211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해외 장기채권을 매도했다는 외신 보도였다. 인용된 일본 재무성 자료에는 어떤 채권인지 적시되지 않았지만, 시점상 3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아시아시장에서 5%선을 뚫었던 때와 겹친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 재정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본이 공공ㆍ민간 부문을 합쳐 미 국채 최대 보유국(총 1조793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제든 트럼프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많게는 수십조 달러로 추정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활용 투자)의 청산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 당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실제 일본은 고물가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2분기 중 금리인상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지난 16일 미국과의 협상이 무위로 끝난 뒤 공개적으로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 관계에선 극히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또 트럼프가 주일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전격 제기해 일본이 궁지에 몰렸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일본은 의도적으로 방위성 인사를 협상단에 포함시키지 않았음을 사후에 밝혔다. 미국이 동맹ㆍ우방국에 관세-안보 패키지로 압박할 것임을 간파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줄곧 “타결이 임박했다”며 조기 합의를 종용했지만, 일본은 애초부터 서두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결국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거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인위적인 통화가치 조정을 강요할 경우 대미 흑자 규모와 미국의 안보우산에 대한 의존도를 감안할 때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을 전후해 엔화 약세를 위해 외환시장을 조작한 적이 없음을 애써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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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대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