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기 뿜을 굴뚝 설치”… 바티칸, 콘클라베 준비 ‘착착’

2025-05-05 (월) 12:00:00
크게 작게

▶ 7일 첫 투표 앞두고 교황청, 준비 영상 공개

▶ “유력 후보 파롤린 건강문제?”… 네거티브도
▶ 마크롱·추기경 회동 논란… 진보·보수 신경전

“연기 뿜을 굴뚝 설치”… 바티칸, 콘클라베 준비 ‘착착’

교황청이 3일 공개한 사진에 교황청 작업자들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바티칸 현지시간 7일 오후 4시30분.’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 투표인 콘클라베 시작을 앞두고 바티칸에서는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자국 교황 배출 바람 등이 반영된 물밑 작업이나 신경전도 고조된 모습이다.

콘클라베는 7일 오후 첫 투표를 시작으로, 참석 추기경(133명) 중 3분의 2(89명)가 지지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반복 투표한다. 교황청이 지난 3일 공개한 콘클라베 준비 영상을 보면, 교황청 작업자들은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에 난로를 설치하고 있다. 난로는 투표용지 소각 용도로 사용된다. 투표 결과를 외부에 알리는 수단인 굴뚝도 전날 설치됐다. 작업자들은 목재 탁자 배열, 바닥 평탄화 작업, 휠체어용 경사로 설치 등도 수행했다.

시스티나 성당 내 그림 등에 설치된 전자 센서는 모두 꺼진다. 외부로부터의 도청 및 추기경들의 외부 접촉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추기경들이 묵을 산타 마르타의 집 보수 작업은 5일까지, 시스티나 성당을 비롯한 주요 건물 봉쇄는 6일까지 완료된다. 바티칸 인프라·서비스 부국장인 실비오 스크레판티는 “약 60명이 준비 작업에 투입됐고 콘클라베 기간에도 10여 명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바티칸에 머물며 근무할 것”이라고 바티칸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차기 교황 자리를 두고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유로뉴스가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투표권을 가진 프랑스 출신 추기경 4명과 만났다’고 보도하자, 이탈리아 일부 언론이 ‘마크롱 대통령이 자국 출신 교황을 배출할 목적으로 콘클라베에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 보도를 쏟아낸 게 대표적이다. 각종 해석이 난무하자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동에 참석했던 프랑수아 자비에르 부스티요 추기경은 “만남은 우정 및 존중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며 3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출신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치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와 교황청 대변인이 3일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AP는 “교황 후보자의 건강에 대한 추측은 콘클라베 정치 및 책략의 핵심이다. 다양한 세력이 특정 추기경을 몰아내거나 끌어올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2019년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른 영상이 갑자기 화제가 됐는데, 이는 보수파의 의도적 공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가사가 종종 반 기독교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미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보수측의 비판 강도가 거세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베니아미노 스텔라(84) 추기경은 최근 사전 콘클라베 회의에서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에게 교회 업무와 관련한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개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결정이 “교회의 오랜 전통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이 비판에 대해 한 익명의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무에 대한 불만이야 최근 많이 들었지만, 스텔라 추기경의 그 발언은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스웨덴 출신의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은 WP에 차기 교황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를 겪은 이후 일부 추기경들은 다음 교황이 과도한 활동은 자제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세상에서라면 추기경들은 요한 바오로의 예언과 같은 목소리, 베네딕트 교황의 신학적 배경,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