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2기 취임 100일 성적표는…돌아온 트럼프, 뒤집힌 미국… 경제·외교·이민 ‘대혼란’

2025-04-29 (화) 12:00:00 노세희 기자
크게 작게

▶ 막무가내 ‘미국 우선주의’에 고립 가속화

▶ 세계 흔든 ‘관세폭탄’… 경제 기대 무너져
▶ 증시는 51년 만에 최악의 ‘첫 100일 성적’

트럼프 2기 취임 100일 성적표는…돌아온 트럼프, 뒤집힌 미국… 경제·외교·이민 ‘대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29일로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지 100일이 지났다. 트럼프는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주요 언론과 기관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증시는 5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집권 2기는 취임 100일 만에 동맹국과의 긴장을 키우고, 국내외 경제 불안과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외교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외교 정책에서도 ‘미국 우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파리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했고, 세계무역기구(WTO) 분담금 지급도 중단했다.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소유권 주장 등으로 각국과 갈등을 빚었다.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압박이 이어지면서 전통적 우방국과의 신뢰도 크게 훼손됐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 중심 인사를 밀어붙였다. 예비역 대령 출신 피트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으로 지명되는 등 ‘충성’을 인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반면 트럼프에게 비판적이거나 충성도가 낮다고 평가된 인사들은 해임되거나 교체됐다. 이런 충성 경쟁은 백악관 내부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민

이민 정책에서는 여전히 강경 일변도를 유지했다. 불법 체류자 추방을 가속화하고,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방침도 밀어붙였다. 이민정책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다소 엇갈렸지만, AP-NORC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46%로 다른 정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기 관세 정책을 앞세워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천명했다. 4월 2일을 ‘미국 경제 독립 선언일’로 선포하며 동맹·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가계에 연간 약 4,9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5%에 달했으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해롭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경제

트럼프는 당초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 “전례 없는 호황”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CNN 조사에서는 경제 관리에 대한 부정 평가가 61%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AP-NORC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4%가 “잘못된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39%에 그쳤고, 59%는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관세 정책과 행정 집중 통치가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증시

증시 성적은 트럼프 2기의 부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취임 이후 약 8% 하락했다. 이는 1974년 닉슨 사임 직후 포드 대통령 시절 이후 51년 만에 최악의 100일 성적이다. 무역전쟁과 고율 관세, 연방공무원 해고 등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증시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지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100일 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와 경제를 심각하게 흔들어 놓았다. 관세 전쟁과 외교 고립, 경제 불확실성은 그의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 다수는 이러한 흐름을 예상했다고 답했으며, ‘실패한 100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공공정책연구센터가 함께 진행해 2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을 “끔찍했다”고 답했다. 전체 부정평가 비중은 52%로 긍정평가 비중(31%)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트럼프의 다음 100일은 과연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혼란으로 빠져들 것인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