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산불·관세 방점’ 추경안
▶ 통상 리스크 대응 2.1조 투입하지만 소비 쿠폰 등 내수 회복 예산 빠져
▶ 내우외환 돌파할 마중물 될지 의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정부가 12조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다. 2022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극복을 위해 62조 원을 편성한 이후 3년 만이다. 금번 추경안에는 영남 산불 피해 복구와 미국발 관세전쟁 관련 내용이 담겼으나, 소비 쿠폰 등 침체된 내수를 띄우기 위한 예산은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미니 추경'이 내우외환을 돌파할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12조2,000억 원 규모의 '산불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등을 위한 2025년 제1회 추경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 원 △통상 리스크 대응 및 AI 경쟁력 제고 4조4,000억 원 △민생 지원 4조3,000억 원 △기타 2,000억 원이 구성됐다. 재원은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으로 4조1,000억 원을 활용하고, 나머지 8조1,000억 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 국회가 삭감한 예비비도 일부 복구
재해·재난 대응에는 산불 피해 복구 지원와 대응력 강화 등이 담겼다. 우선 산불 피해지역의 잠정 복구 비용인 1조2,000억 원에 맞춰서 재해·재난대책비를 9,000억 원 보강하기로 했다. 신축 매입임대 1,000가구 공급 등 피해주민의 일상회복 지원을 위해서도 2,000억 원이 투입된다. 또한 금번 산불 진화과정에서 지적된 산림헬기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후년까지 6대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으며, 산불특수진화대 위험수당도 신설된다. 숲길(임도)도 두 배 수준으로 투자를 확충할 예정이다. 항공 및 노후 하수관·도로 안전투자에는 2,000억 원이 책정됐다.
작년 국회에서 삭감됐던 예비비도 일부 채워진다. 산불 추가 복구 소요와 여름철 태풍 및 집중호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추경안에 1조4,000억 원을 추경안에 편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그간 재해·재난 때 예비비가 가장 많이 소요됐던 것을 기준으로 대략적으로 추정했다"며 "예비비 말고는 국회에서 감액했던 예산 중 추경안으로 증액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 AI '두뇌' GPU 1만 장 연내 구매
통상 리스크 대응에는 2조1,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특별 금융지원 자금 25조 원을 확충하고, 수출바우처 지원 물량도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관세 피해가 인정되는 유턴기업 투자보조금 지원도 10%포인트 상향된다. 또 2,000억 원을 투입해 희토류 등 6개 핵심 광물을 조기 비축하기로 했다. 통상·산업 여건 변화에 취약한 지역을 대상으로 8개 지역에 고용 둔화 대응 지원 사업도 신설된다. 외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도 23억 달러 확대된다.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입 예산도 1조5,000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GPU 1만 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여러 가지 공식적인 통로로 엔비디아에 확인했으며, 확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는 5,000억 원을 투입해 인프라와 공급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 공공배달앱 1만 원 할인 행사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서는 2조6,000억 원이 편성된다. 우선 연매출 3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 311만 명을 대상으로 '부담경감 크레딧'이 제공된다. 50만 원 범위 내에서 공과금과 보험료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중신용(구신용등급 4~7등급) 소상공인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1,000만 원 한도 신용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 할인 지원도 제공된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 사업장에서 카드 소비하면, 월 10만 원 한도 내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게 했다. 환급금은 모두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된다. 또한 공공배달앱에서 2만 원 이상 세 번 주문하면 1만 원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전통시장에서 결제하면 사용액의 10%를 환급해주는 행사도 실시된다. 이 밖에도 취약계층 생활안정 지원을 위해 2,000억 원이 편성됐다.
▲ “정부 “추경안 증액 요구 시 유연하고 탄력적 대응”
전문가들은 추경 시급성에 공감하면서도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박한 현안인 통상 부문에 예산을 편성한 것은 적절하지만, 향후 관세조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통상과는 별도로 경기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추경 편성이 시급한데, 새 정부 출범이 눈앞이라 ‘면피용’ 추경을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추경안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을 15조 원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안을 증액하기 위해선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김 차관은 “국회가 증액 요구를 할 경우, 저희가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 같다”며 “요구하는 내용의 성질이나 금번 추경의 목적과 부합한다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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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