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관세로 물가 뛰어” 신중… 트럼프 “금리인하 늦어 해임돼야”
2025-04-18 (금) 12:00:00
조양준 기자
▶ ‘연준 풋’ 기대 일축
▶ 관세발 인플레 사전차단 최우선
▶ “정치압력 안받아” 연준 독립 강조
▶ ECB는 금리 0.25%포인트 인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파월 의장은 관세정책이 불러온 미 국채와 달러화 급락에도 당장은 연준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빨리 해임돼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 안정 없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강한 고용 시장 환경을 장기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관세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연준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로 미국 경제가 고물가에 성장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첫 단계인 물가 상승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아직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미치는 경제 영향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물가를 높이고 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근원(식품·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이 올해 3.5%에 달해 연준의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지난달 4.9%까지 상승해 미국이 고물가에 시달렸던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JP모건(-0.3%)과 바클레이스(-0.1%)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관세로 미국이 올해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파월 의장의 연설 다음 날인 17일 트루스소셜에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에 나섰는데 연준은 너무 늦다. 파월의 임기 종료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cannot come fast enough)”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로 ECB는 관세전쟁 우려에 금리를 2.65%에서 2.40%로 0.25%포인트 낮췄다. 6연속 금리인하다. 미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금리를 내리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엔 해임을 암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 기조를 쉽게 바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고 이는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에 끝난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은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서 연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 여파로 급락했다. 다우존스(-1.73%), S&P500(-2.24%), 나스닥(-3.07%) 등 3대 지수가 모두 미끄러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 엔비디아 범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았다는 소식도 악영향을 미쳤다.
<
조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