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퍼 많으면 좋은 일?… 매매 가능성 높은 조건 선별해야

2025-04-17 (목)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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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외에도 따져야 할 조건 많아

▶ 동시 협상 통해 유리한 조건 유도

오퍼 많으면 좋은 일?… 매매 가능성 높은 조건 선별해야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했을 경우 매매 성사 가능성이 높은 오퍼를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로이터]

집을 팔려고 내놓은 셀러의 입장에서는 여러 명의 바이어가 구매 오퍼를 제출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여러 건의 구매 오퍼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오퍼를 고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 시장 열기가 한 풀 꺾였지만 셀러스마켓이 한창인 시기에는 한 매물에 수 십 명의 바이어가 경쟁적으로 오퍼를 제출하는 일이 흔했다. 그런데 오퍼를 무조건 여러 건 받기만 하면 집을 유리한 조건으로 성공적으로 팔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제출된 여러 건의 오퍼 중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매매 성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오퍼를 선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모기지 대출이 나오지 않아 매매가 물거품이 되고 다른 오퍼들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이른바‘복수 오퍼’(Multiple Offer) 상황에서 셀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짚어본다.

▲ 가격 외 고려할 조건

최대한 높은 가격에 집을 파는 것이 많은 셀러의 바람이다. 오퍼에 제시된 구매 가격이 주요 고려 조건이지만 다른 조건도 함께 고려해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구매 가격과 함께 살펴봐야 할 조건으로는 구매 자금 조달 방법, 컨틴전시, 에스크로 기간, 디파짓 금액 등이 있다.


구매 자금 조달 방법은 대개 전액 현금 구매와 모기지 대출을 통한 구매로 나뉜다. 현금 구매는 대출에 따른 위험이 없기 때문에 가격 조건만 괜찮다면 가장 유리한 오퍼로 여겨진다. 모기지 대출 구매 조건 중에서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을 수록 매매 성사율이 높은 오퍼로 볼 수 있다.

컨틴전시는 바이어 보호 조항으로 셀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예를 들어, 홈 인스펙션에서 결함이 발견되거나 모기지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바이어는 체결된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컨틴전시 조항을 제외했거나 유연한 조건을 제시한 오퍼가 셀러에게 유리한 오퍼다.

에스크로 기간은 통상 30일~60일이다. 이 기간 내에 주택 매매 절차를 완료하고 소유권을 이전해야 한다. 대개 에스크로 기간이 짧을수록 셀러에게 유리하게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상황에 따라 긴 에스크로 기간이 필요한 셀러도 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셀러는 에스크로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새 집을 찾고 이사 준비를 할 수 있다.

▲ 경쟁 유도 전략

여러 명의 바이어로부터 오퍼를 받았을 때 셀러는 단순히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오퍼를 수락할 수 있다. 만약 당장 수락할 정도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오퍼가 없다면 협상 전략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 바이어의 경쟁심을 유발하는 전략이다.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들에게 복수 오퍼가 들어온 사실을 알리고, 최상의 조건으로 오퍼를 한 번 더 제출하라고 요구해볼 수 있다. 아니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에게 먼저 카운터 오퍼를 보내 반응을 살핀 뒤, 필요하다면 나머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경쟁심 유발 전략을 병행할 수도 있다.

여러 명의 바이어를 상대로 한 협상 전략은 장단점이 있고,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이어들에게 복수 오퍼 사실을 통보하거나 카운터 오퍼를 보냈을 때, 이미 최상의 조건으로 오퍼를 제시했다고 판단한 일부 바이어가 구매 경쟁에서 발을 빼고 다른 매물을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역 매물 상황과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의 구매 의지 등을 사전에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퍼 많으면 좋은 일?… 매매 가능성 높은 조건 선별해야

여러 오퍼 중 유리한 오퍼가 없다고 판단되면 여러 바이어를 상대로 한 협상 전략을 통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로이터]


▲ 에스컬레이션 조항


복수의 바이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일부 바이어는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가격 자동 상승 조항인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규정이 허용한다면 복수 오퍼 상황에서 바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조항은 셀러가 다른 바이어로부터 더 높은 가격을 제안받았을 경우, 바이어가 원래 제시한 구매 금액에서 얼마까지 올릴 의향이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제안 가능한 최대 금액을 설정하는 구매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 바이어가 100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면서 만약 다른 바이어로부터 더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시될 경우, 자신의 구매 가격을 최고 110만 달러까지 올릴 의도가 있다는 조건이 에스컬레이션 조항이다. 경쟁 바이어가 제시한 구매 가격 파악이 불가능할 때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다.

바이어가 제시한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수락하려면, 셀러는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출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 바이어의 경우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사용할 때 주변 시세를 고려해 너무 과도하지 않은 금액을 제시하도록 담당 에이전트와의 신중한 상의가 필요하다.

▲ 일단 서명한 계약은 취소 힘들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오퍼의 바이어와 구매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더 좋은 조건의 오퍼가 들어오면 셀러의 고민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취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담당 에이전트와 부동산법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법은 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구매 계약서에 양측의 서명이 완료된 후에는 셀러가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합법적인 취소 절차 없이 다른 바이어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셀러는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제시된 조건이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인지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셀러에게 합법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선택권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바이어가 구매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 조건인 컨틴전시를 충족하지 않거나, 클로징 기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서 절차에 따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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