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샌디에고 지진 당시 수초전 스마트폰 경보 작동
▶ 6년째 시행… 올해말 확대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 중인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이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14일 샌디에고 카운티 내륙 지역 줄리안 인근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셰이크 얼럿(Shake Alert)’이 수 초 전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를 발령하면서 주민들이 이번 지진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알고 대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15일 LA타임스(LAT)는 이번 샌디에고 지진으로 캘리포니아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셰이크 얼럿이 또 한 번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LAT에 따르면 셰이크 얼럿은 지진 발생 몇 초 전 샌디에고 카운티는 물론 LA와 오렌지카운티, 리버사이드 카운티 등 지역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로 경보를 전달했다. LA에 있는 캘리포니아 지질조사국(California Geological Survey)의 지질학자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휴대전화로 조기 경보를 받아 진동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보를 받은 일부 주민들 역시 스마트폰 경보 메시지로 각각 짧게는 1초에서 길에는 10초 전 경보를 받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이처럼 경보가 수 초 먼저 전달될 경우, 짧은 시간이지만 대규모 지진에서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대비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의 진동은 암석을 따라 음속으로 전달되며, 이는 현대 통신망보다 느리기 때문에 셰이크 얼럿은 이를 활용해 경보를 발령한다. 방대한 지진계 센서망을 통해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해 경보 발령 여부와 위치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지진 진동이 실제로 도달하기 전, 일부 지역에서는 수 초 일찍 경보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시스템은 2018년 LA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19년 말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확장됐고, 2021년부터는 오리건과 워싱턴주까지 확대됐다. USGS는 오는 2025년 말까지 서부 해안 전역에 약 2,000개 이상의 센서 스테이션을 구축해 조기경보 정확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지진 조기 경보를 가장 빠르게 받는 방법 중 하나는 UC버클리가 개발한 무료 앱 ‘마이셰이크(MyShake)’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앱은 USGS와 캘리포니아 비상서비스국(Cal OES)과의 협력으로 개발됐으며, 안드로이드 기기뿐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에는 기본적으로 지진 경보 기능이 탑재돼 있어 별도 설치 없이도 경보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험볼트 카운티 해안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과 네바다주 리노 남동쪽에서 발생한 규모 5.7 지진 당시에도 마이셰이크 앱을 통해 캘리포니아 내 50만 명 이상이 사전에 경보를 받았다.
안드로이드폰, 마이셰이크, 또는 셰이크레디SD 앱을 설치한 기기에서는 진앙지 기준 규모 4.5 이상의 지진 발생 시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앱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선 비상 경보 시스템(Wireless Emergency Alerts)’을 통해 경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앱을 통한 경보가 더 상세한 정보와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위치 인식’ 기능을 활성화할 경우 경보 정확도가 향상된다. 마이셰이크 앱은 한국어를 포함해 총 6개 언어로 제공되며, 경보 기능을 유지하려면 월 1회 정도 앱을 열어보거나 2주에 한 번 전송되는 알림을 클릭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자체 앱인 ‘SD Emergency’를 통해 ‘셰이크레디SD(ShakeReadySD)’라는 지진 경보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부 LA 주민들은 이번 경보로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X(구 트위터)에 “솔직히 말해 무서웠다”며 자신은 수십 차례 지진을 겪어 익숙했지만 ‘엎드리고 몸을 보호하며 움직이지 말라(Drop. Cover. Hold on)’는 경고 문구를 보고 평소보다 더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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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