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경관, 도주 용의자에 총격 사망케 해

2025-04-07 (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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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네티컷주서 차량 검문
▶ 술병 든 탑승자와 추격전

▶ “권총 꺼내들려 해 대응”
▶ 당국 “과잉총격 여부 조사”

한인 경찰관이 차량 검문을 시도하던 중 갑자기 도주하는 용의자를 추격하다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사법 당국은 현장에 출동했던 경관들의 바디캠 영상과 사건 보고서를 공개하며 한인 경관의 과잉 대응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에서 발생한 도주 용의자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에 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바디캠 영상과 사건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NBC와 FOX61 등 지역 매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달 31일 오후 5시50분께 브리지포트 이스트 메인 스트릿에서 발생했다.

이날 한인 허모 경관은 동료와 함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 사이 집단 싸움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관들은 현장에서 검은색 쉐비 타호 차량을 발견했고, 목격자들로부터 차량 탑승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에 동료 경관이 조수석 문을 열고 다이샨 베스트(39)에게 나와서 수색을 위해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찰나, 베스트는 술병을 든 채 현장에서 도주했다. 허 경관은 동료와 함께 베스트를 쫓으며 테이저건을 사용했지만 베스트는 술병을 떨어트리고 신발이 벗겨지는 와중에도 도주를 멈추지 않았다. 공개된 바디캠 영상에서 경관들은 베스트에게 도주를 멈추라고 수차례 명령했지만, 베스트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코수스 스트릿의 한 주택가 진입로에서 베스트는 오른손에 총처럼 보이는 물체를 꺼내들었고, 베스트 뒤에 있던 허 경관이 총격을 2번 가해 베스트를 맞혔다. 이후 베스트는 구조대원에 의해 베스트 브리지포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오후 7시41분께 사망했다. 경찰은 베스트가 쓰러진 곳에서 하이포인트 컴팩트 9mm 권총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총격을 가한 허 경관은 경력 2년 미만의 신입 경관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오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브리지포트 경찰국의 로더릭 포터 국장은 두 명의 경관 모두 행정 휴직에 들어갔으며,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포터 국장은 또한 “경찰 업무는 예측할 수 없으며 종종 순간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공개된 바디캠 영상을 기반해 경찰의 총격이 부서의 무력 사용 정책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브리지포트 경찰국 감찰관실, 코네티컷 주 경찰, 서부 지구 중대 범죄 수사대 및 브리지포트 지방검사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숨진 베스트의 가족들은 정의를 요구했다. 베스트의 여동생은 포터 국장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오빠는 가족 중 가장 훌륭한 아버지였다”며 “그가 이런 식으로 죽임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1년 복역 후 지난 2월 집으로 돌아왔다는 베스트의 형 레너드 베스트도 “정의란 내 동생을 쏜 경관이 내가 지불한 대가만큼 똑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가족의 변호인인 다넬 크로슬랜드는 감찰관실의 보고서와 포터 국장의 무력 사용 정책 관련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베스트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바디캠도 작동 중이었다. 그를 추적해 체포하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라며 “설령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될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의 목숨은 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총에 위협을 느꼈다고 하지만, 베스트가 경찰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은 영상 어디에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찰의 대응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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