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드 크루즈, 충격파 우려 무역전쟁 반대
▶ “심한 불황 땐 내년 상·하원 다 잃는다”
▶ 머스크도 반발 “미·유럽 자유무역 희망”

테드 크루즈 연방상원의원 [로이터]
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꼽히는 공화당 중진 의원이 관세 정책 탓에 여당이 2026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크루즈 의원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와의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물가도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루즈 의원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고, 국민이 큰 고통을 겪는다면 유권자들은 여당을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2026년 중간선거는 대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 하원은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3석이다. 상원은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이다. 크루즈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여당 의원의 발언 중 가장 강도가 높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앞서 연방 상원에서는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공화당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주)은 이날 민주당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워싱턴주)과 함께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도입할 경우 의회가 60일 안에 이를 승인하도록 하고, 만약 승인하지 않으면 새 관세의 효력을 중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의회는 관세를 규제하는 명백한 권한을 너무 오랜 기간 위임해왔다”며 “이 법안은 의회의 헌법적 역할을 재확인하고 의회가 무역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제동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이 법안에 대해 연방상원 공화당에선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미치 매코널(켄터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제리 모런(캔자스)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반발과 재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경우 유권자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크루즈 의원은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다. 다만 지난해 대선 경선 때는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미국과 유럽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5일 밝혔다. 머스크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 리가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자유무역지대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이날 발언은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목적’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치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 관세를 통해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날 발언을 계기로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 있어 보인다.
머스크는 앞서 이날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비판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네티즌이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쓴 데 대해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큰 문제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 연방하원의원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조치에 공개 지지를 보냈지만 일부 의원들은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익명으로 WP와 인터뷰한 공화당 하원의원 12명은 관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경우 지역 경제가 황폐화하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석 과반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43%였다.
이는 한주 전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조사보다 4%포인트 각각 하락한 수치로, 가장 낮은 지지도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까지 지지도는 그의 집권 1기 대부분의 시기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