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치와 실효성 중시 경향’… 커먼앱 대학 지원서 동향 보고서

2025-03-24 (월)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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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위권 공립대 지원↑
▶ 재정 지원 요청 학생↑

▶ 유색 인종↑, 유학생↓
▶ 남부·중서부 대학↑

‘가치와 실효성 중시 경향’… 커먼앱 대학 지원서 동향 보고서

커먼앱이 올해 대학 지원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학 교육의 가치와 실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로이터]

대학 지원서 플랫폼 ‘커먼앱’ (Common Application)이 2024~2025 대학 입시 연도에 대한 최신 동향을 공개했다. 커먼앱은 1,000개 이상의 대학이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용 플랫폼으로, 미국 내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생들도 활용하고 있다. 커먼앱이 발표한 ‘2025 최종 업데이트 보고서’ (Common App Deadline Updates 2025)에 따르면, 지원자 인구 동향, 지리적 분포, 재정 지원 요청 등 여러 항목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생 수가 아닌 지원서 수를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중복으로 지원한 수치도 포함된다. 다만, UC 대학과 웨스트포인트(육군 사관학교), MIT, 조지타운 대학교 등 일부 대학은 커먼앱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인 지원서 시스템을 통해 지원서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학 입시 시즌에서 나타난 커먼앱 지원 동향의 변화는 향후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과 대학 교육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위권 공립·소규모 사립’ 지원 증가


올해 대학 입시 시즌에서 커먼앱을 통해 제출된 지원서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먼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으로 지원서 수는 전년 대비 약 6% 증가했으며, 지원 학생 수는 약 4%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점이 올해의 주요 변화로 지적된다. 일부 대학은 사상 최다 지원자를 기록한 반면, 다른 대학들은 지원자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교와 기타 명문 대학들보다 중위권 공립 대학과 소규모 사립 대학에 지원한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인플레이션의 재발과 연방 정부의 교육부 예산 축소 우려 등으로 학생들이 대학 선택 시, 순위와 평판보다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적고 지역적으로 인접한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정 지원 요청 증가

올해 커먼앱 보고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지원자가 크게 증가한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원자의 약 70%가 대학 진학을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대학 입시 시즌 비율인 65%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러한 증가는 등록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가계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지원자가 증가하는 트렌드는 대학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재정 지원 수요가 급증하면 기부금이 제한된 소규모 대학들의 예산을 압박할 수 있지만, 반면에 재정 지원 규모가 탄탄한 대학들은 다양한 우수한 지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 대학교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버드 대학 측은 17일, 올해 가을학기부터 학부생 등록금 면제 대상 범위를 가구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로 확대해, 우수 학생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을 밝혔다.

■유색 인종↑, 유학생 ↓


올해 대입 시즌에서 지원자들의 인구 동향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연방 대법원이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유색 인종 학생들의 지원서가 작년보다 12% 증가하며 대학 교육에서의 다양성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히스패닉과 흑인계 지원자의 증가가 두드러져, 이 두 인종의 지원자는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 유학생 지원자 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학생 지원자 수의 감소 원인으로는 비자 정책 강화, 유학생 학비 상승, 그리고 다른 나라 대학들과의 경쟁 심화 등이 꼽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행한 이민 정책이 강화될 경우, 향후 유학생 지원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유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들에는 재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남부와 중서부 주 대학 지원서 증가

올해 대학 입학 지원서의 증가 트렌드가 미국 전역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남부와 중서부에 위치한 대학에 지원서가 몰린 반면, 북동부와 서부 주 대학의 지원서 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집계됐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경제적 요인과 인구 이동 패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커먼앱에 따르면,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거주지와의 근접성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지역의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치와 실효성 중시 경향

커먼앱의 이번 보고서는 대학 입시 트렌드가 과거와 달리 복잡해졌음을 보여준다. 유색 인종 지원자 수 증가와 지원자 풀이 다양해진 점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대학 교육 기관들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재정 지원이 필요한 지원자 수의 증가와 유학생 지원자 수의 감소는 대학들이 직면한 큰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들은 앞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재정 지원 요구를 충족하는 한편, 그에 필요한 재정 마련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위권 대학과 지역 공립 대학들에게는 올해 나타난 지원서 증가 트렌드가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상위권 명문 대학들의 지원자 증가세 둔화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교육의 가치와 실효성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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