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작성 추정… “밝혀지지 않은 내용으로 설왕설래 난무”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21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기자회견 뒤쪽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3.21 [연합]
"1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5시 선고일 공지. 21일 오전 10시 선고. 8대0 인용 파면 예상. 5월 20일 보궐선거."
지난 19일 오후 SNS를 통해 유포됐던 이 지라시(정보지)는 얼마 되지 않아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헌법재판소가 결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라시는 삽시간에 퍼졌고 헌재와 대통령·국회 측 대리인단엔 '선고일이 정해졌느냐'는 확인 문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술렁인 것은 물론, 헌재 바깥에 진을 친 탄핵 찬반 세력도 "파면이 결정됐다", "기각한다는 신호"라며 제각기 입맛에 맞는 주장을 내놓으며 혼란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 스무닷새째인 22일 현재까지 선고기일이 아직 지정되지 않은 가운데 매일 같이 지라시와 '받글'(받은 글)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3월 11일과 14일, 17일, 18일, 20일, 21일 등 지라시에서 언급된 날이 언급되지 않은 날보다 많은 실정이다.
선고기일 예상뿐이 아니다. "탄핵 기각으로 분위기 급변 상황", "대통령실 탄핵 기각 예상하지만 '플랜B'로 김건희 대선 출마 고려 중"과 같은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분위기와 정치권 대응 계획을 담은 글까지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관 평의 과정과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재판관뿐이며, 재판관끼리도 서로 최종 의견을 확인하지는 않은 단계라고 헌재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재판관들은 선고를 1시간 정도 앞두고 평결(최종 결론을 정하기 위한 표결 절차)을 진행한 바 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갖고 설왕설래가 난무하는 것은 잘못된 상황"이라며 "8년 전에도 '5대3 기각설'이 돌았지만, 결과는 8대0이었다. (지라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지라시는 주로 정치권에서 만들어 유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거나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효과 등이 있지만, 상당수는 어렵지 않게 가짜로 밝혀지는만큼 지라시를 만드는 이익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찬반 양측이 만든 지라시가 동시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