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민권 없는 한인 입양인 구제돼야

2025-03-21 (금) 12:00:00
크게 작게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아기 때 입양돼 미국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한인 입양인들 중 상당수가 미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입양인 중 무려 1만8,000여명이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미서부 퍼시픽 LA지부(회장 카니 백)와 미주한인유권자연대(대표 김동석)이 공동주최하고, 본보가 미디어 후원해 지난 15일 열린 ‘입양인들에게 미국 국적 찾아주기’ 컨퍼런스에서 무국적 한인 입양인들의 생생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언들이 쏟아졌다.

한국 재외동포청의 ‘미국 내 시민권 미취득 해외입양 동포’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내 무국적 한인 입양인 수는 1만7,547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955년부터 2015년 사이 미국에 입양된 11만2,000여명 중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이 속출했던 이유는 양부모가 입양 자녀를 위한 시민권 취득 절차를 몰랐거나 파양 등의 이유로 시민권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2000년 연방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 2001년 2월부터 시행된 ‘입양아 시민권 법안’은 18세 미만 미성년 입양 자녀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안 시행 당시 성인이었던 1983년 이전 출생자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1만8,000명의 입양인들이 사실상 불법체류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무국적 한인 입양인 중 범죄 행위 등에 연루돼 한국으로 추방된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중에는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례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이후 매 회기마다 시민권이 없는 무국적 입양인들을 구제하려는 법안이 연방 의회에 상정되고 있지만 한인사회와 연방 의원들의 관심 부족으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양인들도 엄연히 한인사회 구성원이다. 연방 상원의원과 다수의 연방 하원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사회도 이제 이들 입양인의 구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법안이 발의되면 지역구 연방 상·하원의원들에게 관심 및 법안 통과를 촉구할 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