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계 베테랑… “투자 확대·위험 감수 도약해야”
▶ 무너진 위상 극복 과제…시간외 거래 주가 11% 상승

인텔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은 새 최고경영자(CEO)로 립부 탄(65) 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임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탄이 오는 18일부터 CEO직을 맡게 되며, 2024년 8월 떠났던 이사회에도 다시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의 새 CEO 임명은 인텔의 재건을 진두지휘했던 팻 겔싱어 전 CEO가 지난해 12월 사임한 지 3개월 만이다. 겔싱어 전 CEO 이후에는 임시 CEO 체제였다.
탄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의 투자는 확대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분야에서는 위험을 감수해 도약해야 한다"며 "진전이 더딘 분야에서는 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임 CEO 탄은 반도체 업계 베테랑으로 통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자란 그는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역임했다. 케이던스는 인텔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벤처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4년 케이던스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2008년 공동 CEO를, 2009년부터는 단독 CEO로 맡았다.
이후 10년 이상 회사를 이끌며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케이던스와 경쟁사인 시놉시스의 양강 체제를 확립했다. 2022년부터 약 2년간은 인텔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4.55% 오른 인텔 주가는 새 CEO 임명 소식에 시간 외 거래에서는 11% 급등했다.
탄은 무너진 인텔의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을 잃어왔다.
겔싱어가 2021년 CEO로 취임하며 기대를 모았다. 겔싱어는 자사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계속된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2024년 8월 발표된 실적은 전문가들이 인텔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이에 인텔은 1만5천명을 정리해고 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오하이오 공장을 포함한 일부 건설 계획도 연기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부문과 제조 부문의 기업 분할 매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브로드컴이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사업 부문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대만 TSMC는 인텔의 공장을 운영할 합작 회사(joint venture) 설립을 엔비디아·AMD·브로드컴, 퀄컴 등에 에도 이러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