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 한 잔도 부담된다… 커피 애호가들 어쩌나?

2025-03-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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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이변·원두 흉년’ 커피값 요동
▶ ‘자연보호 규제·국지전’ 원가 급등

▶ 생 원두 사서 집에서 직접 로스팅
▶ ‘콜드브루·프렌치프레스’로 원두 절약

하루 한 잔도 부담된다… 커피 애호가들 어쩌나?

기후 이변에 따른 원두 흉년, 각종 규제와 지정학적 요인으로 커피값이 요동치고 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커피 애호가들의 커피 저렴하게 즐기기 논의가 한창이다. [로이터]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커피 생산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형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지난해 비용 급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최근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커피 가루의 소매 가격은 2020년 파운드당 4달러에서 올해 1월 7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커피 가격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으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커피 수요 150%↑

커피 가격 상승에는 다양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 세계 최대 원두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의 원두 공급이 급감한 반면, 커피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것이 커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전통적인 차 문화권인 중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커피 소비가 150%나 급증했으며, 최근에는 인스턴트 커피에서 벗어나 고급 원두 커피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커피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정학적 혼란과 삼림 파괴 규제도 커피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커피 공급에 더 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 대상 25% 관세 부과를 재개했으며, 이에 따라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커피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멕시코의 최대 커피 수입국으로,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후 이변, 원두 최악 흉년

아라비카 원두는 산미보다 풍미가 강해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비카 원두 재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가진 브라질이 아라비카 원두 최대 생산국이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원두는 로부스타 원두로, 카페인 함량이 높고 인스턴트 커피나 미리 간 커피에 자주 사용된다. 로부스타 원두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베트남이다.

하지만 지난해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연이어 발생한 기상 이변이 커피 원두 생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은 한동안 지속된 가뭄 후, 8월에는 서리가 내리며 원두 생산에 큰 피해를 입었다. 베트남 역시 10월에 긴 가뭄이 이어진 뒤, 홍수가 발생해 원두 농사에 최악의 흉년을 기록했다.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4년 12월 원두 수출 규모는 2023년 동기 대비 39.5% 급감했으며, 브라질의 원두 수출 규모도 같은 기간 동안 7.4% 줄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원두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3년 1월까지 오랜 기간 파운드당 2달러를 밑돌던 아라비카 원두의 도매 가격은 2월에 4달러 30센트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이를 ‘커피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며 대비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EU 삼림 파괴 규제, 유럽 판로 막혀

기후 위기 해소를 위한 ‘유럽연합’(EU)의 새로운 삼림 파괴 규제가 커피 원두 생산에 또 다른 타격을 입히고 있다. EU는 새롭게 시행할 삼림 파괴 규제에서 삼림 파괴에 관여한 기업이 생산한 커피나, 삼림 파괴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의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 공급되는 원두의 양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브라질산 원두 공급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아마존 삼림의 대규모 개발이 허용되었고, 이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는 EU의 새로운 규제로 인해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가 막히게 된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주요한 커피 생산국 중 하나로, 이번 규제가 원두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의 삼림 파괴 규제는 당초 2024년 말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기가 올해 12월로 연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두 생산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원두를 비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커피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EU의 규제가 원두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새로운 규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정학적 혼란, 가격 상승 변수

기후 이변에 이어 전 세계적인 정치적 위험과 지정학적 혼란이 커피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세계 컨테이너 교역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무역로인 홍해 항로 운항이 장기간 차질을 빚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수개월간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무역 선박들을 공격하며, 많은 선박들이 안전한 항로로 돌아서면서 운송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베트남 커피 수출의 주요 항로로, 국제커피기구는 12월 보고서에서 수에즈 운하의 지연으로 유럽에 도착해야 할 400만~500만 봉의 커피가 발이 묶인 상태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커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혼란으로 유럽,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와 바브 엘-만데브 해협의 무역 선박 교통량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화물선과 유조선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기존 항로보다 53% 더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선박 운송 비용이 급등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커피는 운송 비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지난 2년간 호주로 가는 남북 컨테이너 항로의 운송 비용은 약 20% 상승했으며, 유럽과 미국으로 가는 동서 항로의 운송 비용은 최대 16%까지 증가했다.

■저렴하게 즐기기 논의 한창

커피 업계는 향후 커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커피 제조업체와 대형 커피 체인점들은 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커피 체인점인 일리카페의 안드레 일리 대표는 최근 소매 커피 가격이 25%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커피 제품 판매 업체인 폴저스와 큐리그의 모회사가 커피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소매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격적인 커피 가격 상승을 앞두고,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커피 로스터스 클럽 포럼에 올라온 한 사용자는 생 커피 원두를 구매해 집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초기에 장비 구입 등 일정한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을 절약하고 신선한 원두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콜드 브루나 프렌치 프레스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면 에스프레소 방식보다 적은 양의 원두를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이 덜 든다고 언급했다. 특히, 호주의 한 틱톡 사용자는 아이스 라떼를 저렴하게 마시는 방법을 소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사용자는 집에서 오트밀크를 담은 잔을 근처 커피숍으로 가져가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주문한 후 얼음과 함께 부어 마시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에스프레소만 주문하면 호주 달러로 4달러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으며, 이는 커피숍에서 오트밀크 아이스 라떼를 주문할 때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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