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속분쟁 시 조정기간 거쳐야…탬퍼링 땐 계약기간 경업 금지를”
▶ 팬덤 버니즈 “기획사 입장만 대변…신뢰 깨뜨린 건 어도어 경영진” 주장

(서울=연합뉴스)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음악산업의 공정한 권리 보호를 위한 음반제작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환 한국음악콘텐츠협회장, 최경식 음반산업협회장, 임백운 한국연예제작자협회장, 박강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이사, 이명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사. 2025.2.27
걸그룹 뉴진스(NJZ)와 가요 기획사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가 "법원 판단 전 계약 파기는 안 된다"고 27일(한국시간) 목소리를 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대중음악 관련 5개 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에서 '음악산업의 공정한 권리 보호를 위한 음반 제작자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수년간 업계에서 논란이 된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균형 잡힌 대책도 함께 촉구했다.
대표 발제자로 나선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전속계약 준수와 분쟁 시 법원 판단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산업의 근간은 기획사와 가수가 맺은 전속계약"이라며 "그러나 가수에게 이 매듭을 풀어도 된다고 이간질하는 부도덕한 타 기획사와 음악 프로듀서, 그 뒤에 숨은 거대 자본이 있다. 심지어 가수가 기획사를 나오는 게 좋다고 외치는 팬덤과 기획사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기획사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쟁 당사자는) 사법부의 판단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누구도 법원의 판단 이전에 (전속) 계약 파기를 확정할 수 없다. 법원의 판단 이후에는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형평성 있는 제도 개선에 힘써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개된 한 영세 기획사의 민원에 따르면 어느 무명 가수는 TV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높아지자 다른 기획사로부터 금전적 보상과 활동 기회를 제안받았다.
최 사무총장은 "탬퍼링 혹은 전속계약 위반 이슈는 '우리가 아는 몇몇 사건'이 아니라 메이저부터 인디 기획사까지 전염병처럼 확산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대한민국 음악 산업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전혀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했다"며 "이제 시대에 부합하도록 표준전속계약서를 개정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의 도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요계 종사자들은 종합 토론에서 제작자가 신인 데뷔를 위해 큰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탬퍼링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걸그룹 유니스의 소속사 F&F엔터테인먼트의 최재우 대표는 "(신인을 데뷔시키는 데는) 사전 마케팅과 앨범 제작까지 중소 기획사라 하더라도 최소 10억원대 이상부터 100억원대까지 사용한다"며 "(가수와 기획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K팝을 제작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편견 없는 환경에서 K팝을 이끌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국장은 "환경이 바뀌어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는데도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모든 의무와 책임이 기획사에 몰려 있다"며 "전속 계약 분쟁 사건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도록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명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본부장도 "현재 신인 개발에는 프로젝트당 수십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전체 시장의 90% 이상이 중소형 기획사임을 고려하면 음반 제작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상당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탬퍼링 이슈로 인해 관계 파탄에 이르더라도 전속계약 잔여기간에 경업을 금지해 탬퍼링 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등 산업 실정에 맞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NJZ(뉴진스의 새 활동명) 팬덤 '버니즈'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한매연 등 5개 단체는 기획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고,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도 없이 특정 사건을 탬퍼링의 사례로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니즈는 그러면서 "K팝은 단순히 투자자의 자금으로만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제작자와 창작자의 기획력, 아티스트의 재능과 노력이 신뢰를 기반으로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 가는 산업이다. 이러한 신뢰를 깨뜨리고,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 독창성, 창의성을 훼손한 주체는 하이브와 현 어도어 경영진"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