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에 맞서온 매코널 상원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2025-02-20 (목) 01:14:17
크게 작게

▶ 상원 역사상 최장수 대표…83세로 최근 낙상 등 건강 문제 겪어

▶ 동맹 중시 정통 보수파…트럼프의 ‘마가 공화당’에서 고군분투

트럼프에 맞서온 매코널 상원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매코널 연방 상원의원[로이터]

상원의 최장수 원내대표였고, 정통 보수파로 같은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미치 매코널 연방 상원의원이 정계 은퇴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매코널 의원은 20일 상원 본회의에서 "지금의 상원 임기가 내 마지막일 것"이라며 2027년 1월에 끝나는 임기를 마치면 8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매코널 의원은 1985년 상원에 처음 입성한 7선 의원으로 2006년부터 9번 연속 공화당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상원 역사상 최장수 원내대표 기록(18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에 원내대표직을 사임했으며, 정치권에서는 고령인 그의 정계 은퇴가 임박했다고 관측해왔다.

이날 83세 생일을 맞은 매코널 의원은 최근 몇 년간 건강 문제를 겪었으며 이달 초 상원에서 넘어져 휠체어를 쓰기도 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매코널 의원의 그간 정치 인생을 짚어 보면서 그를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 가능하게 한 전략가이자 의회 실세로 평가했다.

매코널 의원은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신임 대법관의 의회 인준을 막아 2017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구성을 보수 우위로 재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초반에는 협력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가 사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고 둘은 그때부터 갈라섰다.

둘의 정치 철학과 정책 성향도 양립이 어려웠다.

매코널 의원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를 따르고 국제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은 대중영합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 국익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동맹과 미국의 국제 역할을 경시했지만, 매코널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에도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처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공화당이 당을 장악해가는 과정에서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의원이 자기가 한때 이끌었던 공화당 의원단에서 섬처럼 고립됐다고 평가했다.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국장,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2기 행정부에서 공화당 내 저항군을 자처하고 있다.

매코널 의원이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이런 역할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NYT는 전했다.

매코널 의원은 "상원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일을 할 준비가 됐다"면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난 여전히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