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국방장관회의 데뷔…美→英 주도 우크라 지원회의도 참석
▶ 유럽 방위비 증액 압박…나토 수장은 트럼프 두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외교클럽이 아닌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군대(lethal force)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도착한 뒤 엑스(X·옛 트위터)에 "(나토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헤그세스 장관이 취임한 이후 나토 본부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토 무대 데뷔전인 셈이다.
그는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를 시작으로 13일에는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다.
특히 이번 국방장관회의 핵심 안건에 방위비가 포함된 만큼 헤그세스 장관은 나토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 지출 확대를 압박할 전망이다. 이날 엑스에 올린 글 역시 이같은 압박의 예고로 보인다.
그는 전날 독일에 있는 미군 유럽아프리카 사령부에서도 기자들에게 "유럽은 어떤 침략에서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이웃 국가들이 개별·집단 방어에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여러분이 이웃(우크라이나)을 방어하고 필요할 때 미국이 와서 그 방어에서 여러분을 돕는 것이 상식"이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방위비 목표치를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5%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나토 회원국도 방위비 지출 필요성엔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나, 미국 역시 3%대라는 점에서 5%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용 카드'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헤그세스 장관도 전날 미국도 5%로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최소 3% 미만으로 가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종전 협상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조기 종전'을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접촉을 시작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을 공개하진 않았다.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국만큼 돈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출범한 UDCG 회의가 이날 처음으로 미국이 아닌 영국 주도로 이뤄지는 것 역시 이런 정책 변경을 방증한다.
미국의 '노선 이탈'을 우려하는 나토는 유럽의 노력을 부각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달래기에 나섰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유럽과 캐나다가 총 4천850억 달러를 방위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20%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 유로 이상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에서 나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방향대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이 동등해져야(equalize)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