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G “최악의 경우 미국인 1인당 연간 123만원 손해볼 듯”
▶ 학계도 ‘관세 부메랑’ 인정…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 전가”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전략이 미국 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1기 당시 '한국 세탁기 관세'도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 방송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7∼2020년에 부과한 관세는 최종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갔다며 이같이 전했다.
2020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수입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세탁기 가격은 12% 상승했다.
1대당 평균 86달러(약 12만7천원)가 오른 것으로, 미국 소비자는 세탁기 구입에 연간 15억달러(약 2조2천69억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관세는 물건을 수입하는 나라의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입이며, 이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이론적으로 소비자나 기업, 외국의 수출 업체가 단독으로 또는 분산해서 지게 된다.
수입기업이 관세를 소매가격에 전가한다면 소비자가, 수입기업이 관세를 떠안고 소매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수입기업이, 수출업체가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만큼 수출가격을 낮춘다면 수출기업이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 대학이 작년 9월에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8%는 "관세를 부과하면 관세의 상당 부분이 관세를 시행한 국가의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하게 된다"는 명제에 동의했다.
BBC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대상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ING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 국민 1인당 835달러(약 123만원), 4인 기준으로 3천242달러(약 477만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가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 소비를 하지않고 관세의 100%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다.
ING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이런 영향이 즉시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소비여력에 압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모든 무역국의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소득이 중간인 가구는 매년 1천700달러(약 250만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창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BBC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관세가 고용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국 철강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2020년 철강 부문 총고용 인원은 8만명으로 2018년의 8만4천명보다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