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유가인하·中과 공조 언급하며 ‘우크라 협상’ 對러 압박

2025-01-23 (목) 02: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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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에 달렸다”·”춤추려면 두 명 필요”…러 미온적 태도에 연일 강경 발언

▶ 트럼프식 ‘새판짜기’ 전술?…루비오 국무 “러도, 우크라도 양보해야” 주목

트럼프, 유가인하·中과 공조 언급하며 ‘우크라 협상’ 對러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2025.1.2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에도 에너지 제재 및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참여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서방 국가 지도자들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으나, 취임 당일 전쟁을 종료시키겠다는 공약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자 러시아를 상대로 채찍성 발언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등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을 '킬링 필드(killing field·대량 학살 현장)'로 지칭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상자 규모를 실제 추정치(우크라이나군 10만명·러시아군 15만명)보다 많은 '수백만 명'으로 제시하면서 "이것은 경제나 천연자원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전쟁에서 죽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종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 요청 ▲ 중국과의 우크라이나 종전 공조 등의 방침을 밝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곧 회동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통해 전쟁자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러시아의 군수 산업이 중국에 의존하는 점에 착안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도록 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러시아가 협상장에 안 나오면 추가로 제재하겠다고 했으며 전날에도 "곧 협상하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 및 다른 국가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는 오히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종전 전망에 대해 "러시아에 물어봐야 한다"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준비됐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에도 "젤렌스키는 평화를 강력하게 원하지만, 탱고(춤)를 추려면 2명이 필요하다"라면서 러시아의 참여 필요성을 언급했고, 취임일인 지난 20일에도 푸틴 대통령을 향해 "그는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인플레이션을 보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자신이 취임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으며 이른바 데이 원(Day 1·취임 당일) 완수 공약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그는 그러나 지난달 타임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참전 등을 이유로 상황이 복잡해졌다면서 자신의 공언과 달리 실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기대치를 낮췄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지난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권 출범 100일을 시간적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보다 앞당기고 싶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러시아에 대한 강경 발언을 하는 것은 이른바 '새판짜기' 전술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때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화염과 분노', '내 핵 단추가 더 크다'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북한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전 방안 자체는 전임 바이든 정부나 유럽 국가들의 입장과 비교할 때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구체적 종전 방안을 언급한 적은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사실상 인정 ▲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보류 ▲ 우크라이나 내 비무장지대 조성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무기 지원 등이 언론 보도를 통해 거론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모두 쫓아내고 침공이 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대담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단 휴전을 한 뒤 이를 계기로 종전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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