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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전쟁 꺼리고 앞마당 확장’ 20세기 고립주의 닮아”

2024-12-28 (토) 0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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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P, 파나마·그린란드·캐나다·멕시코 겨냥 트럼프 공세 분석

“트럼프, ‘유럽전쟁 꺼리고 앞마당 확장’ 20세기 고립주의 닮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내달 20일 백악관에 복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전 공세적 대외 메시지가 주로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한 '서반구' 국가를 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미국으로의 마약류 반입 및 불법 이민 문제와 연계해 멕시코, 캐나다에 별도로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중국도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했지만 이미 선거운동 때 대중국 고율관세를 공약했었기에 관심은 멕시코, 캐나다 쪽으로 쏠렸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칭하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며 캐나다 국민감정을 건드렸다.


이달 21∼22일에는 파나마 운하 사용료 인하를 요구하며 파나마에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각국의 주권과 결부된 민감한 문제에서 '확장주의적' 성향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서반구의 앞마당인 라틴 아메리카와 연관성이 큰 인사들을 국무부 1,2인자로 발탁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으로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했고, 국무부 부장관으로 집권 1기때 주멕시코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랜도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자신의 외교 책사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특별임무들을 위한 대통령 사절'로 지명하면서 그가 맡게 될 일로 북한과 함께 베네수엘라 업무를 특정해 거론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자 기사에서 트럼프의 '서반구 확장주의'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을 전했다.

WP와 인터뷰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전문가 라이언 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중국 대신 서반구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아메리카 대륙 이외의 지역)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한 결과물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WP는 또 트럼프 당선인에 앞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를 썼던 우드로 윌슨(제28대 대통령·1913∼1921년 재임)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외교정책과 닮은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윌슨은 미국을 유럽에서 발생한 1차대전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며 '고립주의'를 표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집권 1기때 개입주의 경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중남미 문제에 정통한 언론인 조너선 카츠는 WP에 "우리가 고립주의로 간주되는 것에 대해 논할 때, 그것은 유럽에서의 전쟁은 피하되, 다른 곳에서는 전쟁을 하고, 합병을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20세기 초반 미국이 고립주의를 표방했을 때 그것은 전면적 고립주의가 아니라 '대유럽 고립주의'였다는 것이다.

유럽에서의 전쟁 개입을 피하려 했던 반면 아메리카대륙에서는 '확장적 개입주의'를 보였는데, 지금 우크라이나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하면서 미국 주변 문제에서 확장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행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고립주의' 양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등에 대한 '야심'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전세계적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요충지에 중국이 먼저 숟가락을 얹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서반구 확장주의' 발언들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트럼프의 많은 우군들은 트럼프의 일상적 협상 전술의 일부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 주변 일부 인사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전쟁' 또는 '군사 개입' 등을 통해 '선'을 넘을지에 대해 실질적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또 카를로스 커벨로 전 하원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3국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미국과 해당 국가의 관계를 약화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미래 국제적 동맹 구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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