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퍼지기를 기원하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시고 나사렛에서 자라셨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은 미가의 예언이 성취된 것 이요,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신 것은 이사야의 예언이 성취된 것이다.
베들레헴은 집이란 뜻의 ‘베트’와 빵이란 뜻의 ‘레헴’이 결합된 단어로 ‘빵집’이란 뜻이다.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인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었으며(삼상 16:1) 보리밭이 많았다(삼상 16:1). 모압 여인이었던 룻이 어떻게 다윗의 조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룻기는 베들레헴의 보리밭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다. 오순절에 보리밭에서 이삭을 줍던 룻은 보아스의 친절한 보살핌을 받게 되고 결국 결혼하여 다윗의 할아버지인 오벳을 낳았다(룻 4:17).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을 예언한 미가는 이사야와 동시대에 활동하였던 남 유다의 예언자였다. 이사야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활동한 고관 출신의 예언자였다면, 미가는 농부로 유다의 변방지역인 농촌에서 활동하던 예언자였다. 둘 다 메시아에 관한 예언을 하였는데, 이사야는 메시아가 이새의 뿌리, 즉, 다윗의 후손 가운데 나올 것임을 강조한 반면에 미가는 메시아가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아닌 베들레헴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날 것임을 강조하였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된 후 그 후손들이 계속해서 왕 위를 이어왔기 때문에 메시아가 온다면, 당연히 왕궁이 있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을 보고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것을 안 동방박사들은 먼저 예루살렘을 찾아 온 것이다. 미가 예언자는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으로 오시지만, 다윗의 고향인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나실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다.
예수님은 온 세상을 권세로 다스릴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지극히 낮은 곳으로 오셔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고, 십자가 고난과 죽음이라는 자기 희생을 통하여 온 인류를 구원하신 겸손하신 분이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은 베들레헴이지만, 자란 곳은 나사렛이다(마 2:22~23). 나사렛은 갈릴리 호수 서남쪽에 위치해 있는데 이스르엘 평원이 멀리 보이는 해발 380m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다. 빌립이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는 말을 듣고 나다나엘이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는 말을 하였다. 나다나엘은 갈릴리 가나 사람으로 나사렛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을 보면,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을 ‘노쯔리’라고 했는데, ‘노쯔리’란 ‘나사렛 촌놈’이란 뜻이다.
예수님을 나사렛 사람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예언의 성취이다. 마태복음 2장 23절에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사니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에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 하심을 이루려 함이러라.”는 말씀에서 언급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은 이사야를 가리킨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사 11:1)라는 이사야의 예언에서 ‘가지’는 히브리어로 ‘네쩨르’인데 ‘나사렛’과 같은 단어다. 마태복음은 이사야 11장 1절의 말씀을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나사렛 사람이 나서 결실할 것이요.”라고 이해한 것이다.
이사야가 다윗의 후손을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라고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새는 다윗의 아버지인데, 이사야가 왕이 되어 예루살렘 왕궁에 있는 다윗이 아니라, 다윗이 태어날 때 베들레헴에 살았던 이새를 언급한 것을 보면, 메시아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나사렛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고 이미 예언한 것이다. 그 분이 바로 예수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