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질염 환자 약 170만 명
▶ 비누 등으로 씻는 것은 금물
▶ 플라즈마 우먼케어 등 신기술 개발도
“병원을 계속 다녀도 재발을 하니 진짜 고민이에요.”
대전에 사는 30대 김모씨는“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를 먹어도 그때만 반짝 좋아질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최근에도 같은 문제로 병원을 다녀온 김씨는“치료에 좋다고 해서 질 유산균도 먹고 있다”며“지긋지긋한 질염과 정말 이별하고 싶다”고 토로했다.‘여성 감기’라 불리는 질염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겨울철은 추위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하기 쉽고, 두껍게 옷을 입으면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질염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은 약 169만9,000명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8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35만3,000명)와 40대(33만8,000명)가 뒤를 이었다. 월별로 보면 날씨가 가장 더운 8월에 환자 수가 약 22만2,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9월 들어 20만 명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질수록 환자 수도 증가해 같은 해 12월 환자 수(21만9,000명)는 정점을 기록한 8월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질염을 판단하는 기준은 질 분비물이다. 분비물의 양이 늘거나 덩어리 형태 또는 거품이 있는 점액 형태의 분비물이 나온다면 질염으로 볼 수 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나거나 가려움증, 성관계 시 통증도 질염 증상이다.
질 안에 있는 세균은 대부분 호기성이며, 가장 주된 세균은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젖산균이다. 젖산균은 젖산을 생산해 질 안의 산성도를 4.5 안팎으로 유지, 외부로부터 들어온 나쁜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낮아져 이러한 질 내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세균 감염에 의해 염증(질염)이 발생하게 된다.
질염은 크게 감염성 질염과 비감염성 질염으로 나뉜다. 감염성 질염은 주로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며, 비감염성 질염보다 발생률이 높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 세균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기는데, 유익한 젖산균이 줄고 미미하게 존재하던 혐기성 세균이 1,000배까지 늘면서 앓게 된다. 감염성 질염 중 하나인 칸디다성 질염은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진균(일종의 곰팡이)의 감염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증상은 외음부와 질의 가려움증·화끈거림이다. 흰색 덩어리 같은 질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비감염성 질환에는 위축성 질염이 있다. 폐경을 전후해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 앓게 된다. 주로 50~60세 이상의 여성에게 나타난다.
질염을 앓고 있을 때 질 내부까지 과도하게 씻는 것은 금물이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내 환경은 약산성으로 유지되는 게 좋기 때문에 알칼리성인 비누의 사용은 질 건강에 좋지 않고, 세정제도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 내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질의 산도가 깨지면 몸에 해로운 혐기성 세균의 증식이 늘어나고, 반대로 이로운 호기성 세균이 소멸되면서 질염에 취약한 환경이 된다. 편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외음부 세정제를 질 내에 사용하면 안 된다”며 “반드시 외음부 세정제(화장품류)와 질세정제(일반의약품)를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염 증상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제때 받지 않는 경우 초기 질 부위에 국한돼 질염을 일으키던 세균이 자궁과 골반, 난소까지 퍼지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로 인해 자궁내막염과 복막염, 난소염, 골반염, 방광염 등을 앓게 될 수 있다.
질염이 자주 재발해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까다로울 수 있다. 류기영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정제는 질 내 세균·곰팡이를 없애는 게 목적이지만 플라즈마 우먼케어는 세균을 없애면서 질 내 환경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 우먼케어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정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플라즈마 활성수를 이용해 질 내 세균·진균을 씻어내고,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쬐어 질 내 잔여 세균까지 제거하는 기술이다.
<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