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심’만으로도 병이 좋아질 수 있다

2024-11-28 (목) 12:00:00 김광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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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진료하다 보면 환자는 걱정에 가득 차 있지만 같이 온 자녀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기며 지치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 경우를 종종 본다. 환자가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해도 심장질환에 의한 증상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다양한 검사를 해도 별 다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시골에 거주하는 부모가 상경한 자녀에게 몸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전화를 하면 처음 한두 번은 깜짝 놀라 큰 병원에 모시고 간다. 하지만 반복되는 검사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보호자들도 서서히 환자의 호소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많은 노인 환자들이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래도 가끔 자녀가 챙겨주었으면 하는 상반된 감정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연락이 닿을 때마다 몸이 불편하다는 호소를 한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몸이 불편하다고 연락을 하는데 마냥 무시할 수도 없지만, 병원에서는 계속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무척이나 답답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몸은 계속 불편한데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자식들로부터 괜한 핀잔을 받게 되니 기분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 역시 이런 상황이 참 난감하다. 이미 검사를 여러 차례 받고 와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환자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검사를 반복해도 환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게 돼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가끔씩 계속 검사를 하고 원인을 찾다 보면 숨겨져 있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특정한 질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혼자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인해 몸에 이상은 없지만 불편함이나 통증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등 신체 증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심해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증상이 해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김광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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