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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선거와 한인 정치력

2024-11-27 (수) 한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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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함께 치러진 11월5일 선거의 한인 성적표가 나왔다. 투표 종료 후 3주 넘게 개표 드라마가 이어져 온 미셸 박 스틸 의원의 연방하원 캘리포니아 45지구에서 아직 무효표 수정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3선 도전이 결국 무산될 전망이 커지고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 상원 37지구에 나선 최석호 전 의원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막판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올해 선거도 한인 정치력 신장에 성과가 있는 선거로 많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견 없이 최대 성과로 꼽히는 것은 역시 121년 미주 한인사 최초의 연방상원의원 탄생이다.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으로 뉴저지주 연방상원직에 도전한 앤디 김(민주) 의원은 큰 표차이로 개표 초반 당선을 확정했다. 뉴저지는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이라 예비선거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만큼, 본선이 치러 지기 전부터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이로써 연방의회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상·하원 모두에서 한인 의원들이 활약하게 됐다. 연방하원에서는 3선에 성공한 캘리포니아 45지구의 영 김 의원(공화)과, 역시 3선에 성공한 워싱턴 10지구의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민주), 그리고 캘리포니아 47지구에서 첫 연방의회 입성 도전에 성공한 데이브 민 후보(민주) 등까지 3명이 당선됐다. 캘리포니아 45지구의 미셸 박 스틸 의원의 경우 치열한 접전의 결과가 아직 최종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연방 상·하원을 합쳐 총 4명의 한인 의원수를 유지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최석호 상원의원 후보의 당선도 의미가 크다. 현 회기 주의회의 유일한 한인 의원인 데이브 민 주 상원의원이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다음 회기부터는 주의회에 한인 의원이 아무도 없게 될 상황이었다. 주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많은 가운데 이는 상당히 우려되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가주 하원의원을 역임한 최석호 후보가 당선돼 주의회 한인 의원의 명맥을 잇게 됐다.

최 후보는 현역인 조시 뉴먼 의원(민주)와 맞붙었는데 예비선거 때만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뉴먼 의원의 승리를 당연시 하거나 매우 높은 가능성을 점쳤다. 상대가 현역일 뿐 아니라 이 지역구는 유권자 선호 정당 비율까지 민주당이 강세였기 때문이었다. 한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다수의 반전 요소가 있었겠지만 주요인 중 하나는 민주당 성향 노조가 현직 의원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시 선거 차원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풀러튼에서 프레드 정 1지구 시의원(민주)이 재선에 성공했고, 한인 최대 밀집지역인 LA에서는 유일한 한인인 존 이 시의원이 이미 지난 3월 예비선거에서 과반 이상 득표로 본선을 치르지 않고 재선을 확정했다. 이밖에도 라카냐다 플린트리지 시의원 선거의 지니 김 합슨(민주), 오렌지카운티 수도국위원의 메건 유 슈나이더도 후보 등도 예비선거를 통해 당선을 확정하는 등 다수의 한인 후보들이 승전보를 울렸다.

또한 한인은 아니지만 여러 친한파 의원들의 당선도 한인사회에 희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연방상원의원에 선출된 애덤 시프, 연방 하원의 지미 고메스, 주 하원의 마크 곤잘레스와 샤론 쿼크 실바 등 여러 당선자들이 그동한 정계에서 한인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한인 관련 이슈들에 직접 나서거나 협업을 해왔던 인물들이다.

선출직 선거 외에도 LA 카운티의 발의안G가 통과된 것도 향후 한인사회의 로컬 정치력 신장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현재 LA 카운티 차원에서는 한인 또는 아시아계 수퍼바이저가 전무한데, 발의안G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현재 5명인 카운티 수퍼바이저 수를 9명으로 늘리는 것인만큼 향후 한인 포함 아시아계 수퍼바이저의 탄생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의 과제는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한인들의 표수와 표심이 커질수록 그만큼 더 큰 정치 파워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이번 선거의 한인 투표율이 더 높게 나오길 바래본다.

<한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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